[뉴스핌=윤지혜 기자] 이맹희(사진) 전 제일비료 회장이 별세했다. 이 전 회장은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장남으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형이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아버지다.
CJ그룹은 14일 "이맹희 전 회장이 중국 베이징의 한 병원에서 현지시간 9시 39분 지병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향년 84세.
이맹희 전 회장은 2012년 12월 폐암 2기 진단을 받고 폐의 3분의 1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지만 하지만 이듬해 암이 전이돼 일본과 중국 등을 오가며 방사선 치료를 받았고, 최근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머물며 투병생활을 해왔다.
이 전 회장은 장남이면서도 경영에서 배제됐으며 동생인 이건희 회장에게 그룹 경영권을 넘긴 비운의 주인공이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3남인 이 회장에게 상속됐고, 다른 남매가 각 기업 계열사를 상속받는 과정에서도 그는 아예 배제됐다. 오히려 이 씨의 아들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제일제당(현 CJ제일제당)을 물려받았을 정도다.
그는 기업활동은 고사하고 가족과도 교류 없이 세계를 유랑해왔다.
그가 이렇게 ‘비운의 황태자’가 된 것은 196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까지 중앙일보, 삼성전자 부사장 등을 거쳐왔던 그는 1966년 9월에는 이병철 창업주가 ‘한국비료 밀수 사건’에 연류되면서 삼성그룹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자 사실상 그룹 경영을 진두지휘했다.
세간에서는 차기 삼성그룹 총수로 이씨를 지목했고 실제 그룹 내에서 삼성전자, 삼성물산, 제일제당, 중앙일보, 성균관대 등 총 17개 직책을 맡았던 실세였다.
하지만 그가 차기 총수로 일컬어지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1971년 이병철 창업주의 눈 밖에 나면서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했던 것이다.
당시 이병철 창업주는 경영복귀와 함께 그동안 이씨가 이끌어온 경영에 대해 강하게 분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이병철 창업주와 이 씨의 관계는 끝까지 회복되지 못했다. 이병철 창업주는 1976년 후계자로 이건희 회장을 염두하고 있다고 가족들에게 처음 알렸고, 이 발표는 1987년 임종의 순간까지 번복되지 않았다.
또한 이 전 회장은 지난 2013년 이병철 창업주가 남긴 재산을 둘러싼 상속소송을 제기했다가 이건희 회장에게 패소했다.
이 전 회장은 이건희 회장에게 삼성생명 주식 425만9천여주, 삼성전자 주식 33만7천여주, 이익 배당금 513억원 등 총 9천400억원 규모의 재산을 인도하라고 청구했으나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1·2심 연달아 패소한 이 전 회장은 "주위의 만류도 있고, 소송을 이어나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족간 관계라고 생각해 상고를 포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이 전 회장의 장남인 이재현 CJ회장은 신부전증으로 투병중인 가운데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구속기소돼 2심까지 실형을 선고받았다.
[뉴스핌 Newspim] 윤지혜 기자 (wisdo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