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0.04%의 지분을 갖고 있으면서 이른바 '손가락 경영'을 해왔다는 점은 충격을 줬다. 롯데그룹 80여개 계열사를 '황제경영'을 하고 있는 총수 일가의 지분율은 2.41%에 그쳤다.
이는 롯데그룹만의 얘기가 아니었다. SK그룹, 현대중공업그룹, 현대그룹, 삼성그룹, 한화그룹, 이랜드그룹, 미래에셋그룹, 두산그룹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집단 역시 총수 및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1% 내외에 불과했다.
◆ SK·현대重·삼성·한화 등 8곳 롯데보다 적어
1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41개(공기업 제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중 총수일가 지분이 롯데(2.41%)보다 적은 곳은 모두 8곳이었다(그래프 참조).
SK그룹이 0.42%로 가장 적고 현대중공업(1.11%), 현대(1.25%), 삼성(1.28%), 한화(1.9%), 이랜드(1.92%), 미래에셋(2.09%), 두산(2.37%) 순이다.
특히 재계 3위인 SK그룹은 총수 지분율이 0.03%에 불과해 '오너'라고 지칭하기에 민망한 수준이었다. 더욱이 지난해 0.04%였던 총수지분과 0.48%였던 총수일가 지분율이 올해는 더 낮아졌다.
재계 1위인 삼성도 마찬가지다. 삼성그룹을 지배하는 총수일가의 지분율은 1.28%로 롯데보다도 적었다. 41개 대기업집단 평균(9.96%)과 비교하면 8분의 1 수준이다. 총수의 지분율은 0.71%로 롯데보다는 높지만 1%도 안 되는 지분으로 거대그룹을 지배한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 재벌총수 지분율 1% 미만 9곳
태영그룹의 총수인 윤세영 회장은 지분율이 0.02%로 롯데 신격호 회장보다 적다. 두산(0.06%)과 LS(0.09%), 현대(0.74%), 한솔(0.98%), 현대중공업 등도 총수들이 1%도 안 되는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그밖에 의류업을 기반으로 급성장한 이랜드 역시 1.92%의 지분으로 2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자산운용과 증권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미래에셋 역시 2.09%의 지분으로 3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반면 지주회로 전환한 뒤 모범적인 재배구조를 보이고 있는 GS그룹은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12.86%에 달한다. 이는 평균(9.96%)보다 높고, 10대그룹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결국 대기업들이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야만 지배구조의 정당성을 어느 정도 인정 받을 수 있는 지적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롯데의 황제경영 문제는 단순히 순환출자만 없애면 해소되는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