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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위기? '불확실성'에 글로벌 금융시장 '휘청'(종합)

기사등록 : 2015-08-2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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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성 확대 대비 '안전띠' 매야할 때" 이구동성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다음 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과 신흥국 부도가 맞물리면서 세계 경제가 위기에 처할 것이란 '9월 위기설'이 확산되는 등 금융시장이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등 원재자 가격의 급락으로 신흥시장 경기둔화 우려가 커졌고, 미국 금리인상을 앞둔 불확실성에다 주요국의 정치적 혼란이 겹치면서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의 조정이 발생한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좀더 길고 큰 규모의 파도를 만들어낼 수 있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을 필두로 한 신흥시장의 경쟁적 평가절하가 확산될 조짐이 나타나면서, 러시아와 터키 그리고 말레이시아 등 일부 국가의 정치적 혼란까지 겹친 상황이 투자자들을 매우 민감하게 만들고 있다는 평가다.

뉴욕증권거래소<출처=블룸버그통신>
20일(현지시각) 미국 증시와 유럽증시가 속수무책으로 고꾸라졌다.

S&P500지수는 2.1% 떨어졌고, 다우존스 산업지수도 2.1% 밀리며 지난해 10월29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나스닥지수는 2.8% 급락하며 작년 4월 이후 최대 일일 낙폭을 기록했다.

앞서 영국 FTSE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5.56포인트(0.56%) 내린 6367.89에서 마감했고 독일 DAX 지수는 249.96포인트(2.34%) 하락한 1만432.19를 기록했다.

프랑스 CAC40지수는 전날보다 100.55포인트(2.06%) 내린 4783.55로 집계됐으며 스톡스600 지수는 7.87포인트(2.06%) 하락한 373.44로 거래를 마쳤다.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안전자산은 큰 폭으로 올랐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가격은 전날보다 온스당 25.3달러(2.2%) 급등한 1153.20달러를 기록했다.

국채에 대한 수요도 크게 늘어나며 국채 수익률이 4개월 만에 최저 수준까지 급락했다.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전날보다 4.6bp 하락한 2.084%로 지난 4월30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17.75로 지난 3일 동안 38%가 치솟았다.

VIX 지난 한 달 추이 <출처 = 마켓워치>

◆ 9월 위기?  불확실성이란 '시계제로' 공포

시장에서는 이미 세계경제 9월 위기설에 대한 경고음이 이어져 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첫 금리 인상이 가장 유력한 시점이 9월이기 때문이다.

상품시장 약세 흐름과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에 더해 지난주 중국의 기습적인 위안화 평가 절하 조치가 나오면서 신흥국 통화가 잇따라 급락세를 연출한 것도 9월 위기설의 전조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시장 변수들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다.

전날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는 연준 위원들이 중국 등 신흥국의 성장률 둔화에 우려를 보인 점이 부각되며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도 부족하다는 쪽으로 해석됐다.

이 때문에 CME그룹의 페드워치 프로그램에 따른 트레이더들의 9월 인상 가능성은 종전 45%였던데서 의사록 공개 이후 24%로 급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을 필두로 한 선진국의 경기 개선으로 이들의 긴축 개시가 임박한 반면 신흥국에서는 상품시장 약세와 경기 둔화 등이 통화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는 등 극명한 대립 양상이 나타나 시장 혼란과 변동성이 고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나온 경제지표들이 혼조 양상을 보이면서 해당국 채권시장도 갈피를 못 잡고 변동성을 연출하고 있다. 미국의 하이일드채의 경우 에너지나 금속 등 상품부문과 관련한 채권과 경기에 민감한 채권 간 격차가 종전의 2%포인트 수준에서 4.3%포인트 차로 벌어졌다.

◆ 당분간 혼란… 전문가들도 '갈팡질팡'

일부 시장의 움직임은 공포 확산이 아니라 당연한 추세라는 다른 해석도 있다.

예를 들어 미국 고수익회사채 시장은 6월초부터 급격한 약세를 보였는데 이것이 새로운 경기 악화 신호였다는 분석도 있지만, 주로 가격 하락은 에너지와 광산, 철강기업 회사채에 국한되고 경기순환 민감업종의 회사채는 양호했다. 일례로 에너지와 소비업종 고수익회사채의 금리격차가 2%포인트에서 4.3%포인트까지 확대됐다. 

또 투자등급 회사채의 경우도 약세를 보였지만, 금리인상을 앞두고 기업들이 적극적인 리레버리징 노력을 통해 시장에 물량이 많이 공급되었기 때문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그 동안 선진국 증시는 유럽을 포함해서 모두 성과가 좋지 않았다.

미국 회사채 스프레드 확대 일로 <출처=인베스팅닷컴>
국제유가 하락에 대한 해석도 엇갈린다. 유가 급락과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는 디플레이션 압력을 동반한 경기 둔화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저유가는 분명히 소비자나 기업에게 유리한 요인인 데다 낮은 물가 상승률은 상대적인 임금 상승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최근 금융시장의 혼란은 위기 임박이나 금융시장의 붕괴 공포 보다는 몇 가지 불확실성을 앞에두고 투자자들이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시각도 있다.

물론 이런 담담한 시각에서 보더라도 당분간 금융시장의 혼란이나 변동성 증대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향후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 상황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도 엇갈리고 있다.

에버코어 ISI 소속 데니스 드부스치어는 이머징 통화 하락 압력이 줄어들거나 연준이 예상보다 더 도비쉬(Dovish, 온건)하게 돌아서지 않는다면 주식시장은 계속해서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내년도 미국과 유럽의 기업실적 개선세가 가속화할 것이란 기대감이 남아 있어 증시 하방압력을 제한하고 있다고 보고, 따라서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시장이 추가 하락부담을 계속 받을 것이란 주장을 곁들였다.

캐피탈이코노믹스 데이빗 리스는 신흥시장 하락세가 다소 지나치다며, 글로벌 경제는 2009년 당시만큼 나쁜 상황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 이머징 통화 약세도 과하다며 중국이 통화전쟁을 촉발할 가능성도 적다고 평가했다. 상품시장 역시 약세장이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선임 이코노미스트 마이클 한슨은 "시장 패닉은 충분히 이해할만 하지만 그 정도는 다소 지나치다"고 평가했다. 증시에 지금처럼 비관론이 퍼졌던 적은 없었다는 것이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의 수석 경제 고문은 "이머징 시장에서부터 전형적인 오버슈팅(과도한 움직임)이 나타났으며 확산되기 시작했다"며 "이 때문에 리스크 회피심리가 고조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시장은 중앙은행을 베스트 프렌드로 보고 있지만 그런 패러다임이 (긴축으로 인해) 흔들리기 시작하면 밸류에이션이 펀더멘덜 수준으로 떨어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칼럼니스트 마이클 샌토리는 "월가는 아직 휴가 모드에 있고, 이런 상황에서 디플레이션 압력이 가득한 글로벌 경제가 원자재 가격 추락과 신흥시장 통화의 급락 등 난기류를 발생시키면서 투자자들이 일단 위험자산에서 돈을 빼서 현금을 보유하고 기다리는 전략을 돌아선 것 같다"고 분석햇다. 

◆ 신흥국 통화 '난기류' 강화

한편, 전날 베트남에 이어 중앙아시아 최대 산유국 카자흐스탄도 고정환율제 폐지로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에 맞불을 놓았다. 20일 카자흐스탄 텡게화는 25% 이상 폭락했다. 이들 국가 외에도 환율전쟁에 참여할 후보국들이 줄을 서있다.

가장 냉가슴을 앓고 있는 곳은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로 달러/리얄화 선물은 300포인트까지 오르며 2003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저유가에 사우디 증시가 밀리면서 트레이더들이 고정환율제에 헤지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터키 리라화도 올 들어 신흥국 통화 중 가장 최악의 행보를 걷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과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로 경제가 불안한 상황에서 극도로 혼란스러운 정국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이날 리라화는 달러당 3.0031리라까지 오르며 사상 최저가를 새로 썼다. 리라화는 올 들어서만 21% 폭락했다.

또 말레이시아는 미국의 긴축의 최대 피해자로 부상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7월 외환보유고는 967억달러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하회했다. 최근 링깃화(MYR)는 연초 대비 17% 뛴 달러당 4.1295링깃으로 17년래 최고 수준에서 움직였다.(링깃화 가치 하락)

말레이시아는 아시아 외환위기가 터졌던 1998년 9월 자본통제의 일환으로 달러당 3.8링깃의 고정환율제를 도입했지만 2005년 다시 변동환율제로 바꾼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평가절하 분위기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은 통화로 이들 나라 외에 투르크메니스탄의 마나트화(AZN)와 타지키스탄의 소모니화(TJS), 아르메니아의 드람화(AMD), 키르기즈스탄의 솜화(KGS), 이집트 파운드화(EGP), 나이지리아 나이라화(NGN), 가나 세디화(GHS), 잠비아 콰차화(ZMK)를 제시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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