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곽도흔 기자] "세종로면 몰라도 세종시로는 안 간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수퍼 부처'였던 재정경제부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로 나눴다. 기획재정부는 예산, 세제 등 재정정책과 국제금융을 담당하고,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을 포함한 국내금융을 맡도록 했다. 박근혜 정부도 이 체제를 그대로 유지했다.
이후 7년이 지나면서 기재부와 금융위의 거리가 상당히 멀어졌다. 특히 기재부가 정부세종청사로 이동해 물리적인 거리도 훨씬 멀어졌다. 여기에 박근혜 정부가 들어 기획부와 금융위의 인사교류가 끊겨 정책공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 2010년 금융위 최훈 과장이 기재부 자금시장과장으로, 기재부 김학수 과장이 금융위 산업금융과장으로 옮긴 이후 인사교류가 끊겼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임종룡 금융위원장.(왼쪽부터) |
외환 등 국제금융은 기재부가, 금융감독을 비롯한 국내금융은 금융위가 맡고 있어 금융부문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공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특히 국제회의 등 외국에 나가면 기재부 장관이 국내 경제정책을 총괄해 대외협상 등에 나서기 때문이다.
기재부 A과장은 "2008년 이전에 사무관이었던 기재부 공무원들이 국내금융을 경험한 마지막 세대"라며 "2008년 이후에 들어온 사무관들은 국내금융을 잘 모르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금융위 또한 은행 등 산업적인 측면만 다루다보니 거시적인 경제정책이나 국제금융 차원에서 국내 금융시장을 이해하는 면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중국 증시 폭락과 미국의 금리인상 예고 등으로 국내 금융시장의 혼란이 커져 기재부와 금융위의 공조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기재부, 금융위, 금융감독원, 한은 등 금융부문 당국은 차관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정책 대응 협의를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위기상황이 닥쳤을 경우 제대로 된 대처를 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북한의 포격이 있은 후 정부는 지난 21일 주형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 주재로 오전 7시30분에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는 장병화 한국은행 부총재, 고승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서태종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김익주 국제금융센터 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 회의에서 나온 대응방안은 '발생가능한 시나리오별 대비책 마련'과 모니터링 강화 등 그동안 나왔던 해법뿐이었다.
일본의 경우는 우리의 기재부에 해당하는 재무성과 금융위에 해당하는 금융청의 인사를 같이 한다. 우리로 치면 기재부 과장이 국세청 국장으로 있다가 금융청 고위관료가 되는 식이다.
박근혜 정부는 공무원 인사교류를 크게 늘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도 기재부와 한국은행은 국장·과장급 인사교류를 통해 재정당국과 통화당국간의 이해를 늘리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금융위와 기재부의 인사교류도 다시 재개하고, 폭도 국장급까지 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금융위도 메크로를 해보고 기재부도 금융감독을 해봐야 제대로 된 경제에 대한 이해 속에서 정책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