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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A칼럼] 점심값에 만족하는 서민 '주식투자'

기사등록 : 2015-08-31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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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 서민들 작은 희망...전문가들 과도한 비관 낙관 자제해야"

10여 년 전 일이다. 증권부 기자로 첫 발을 디딘지 얼마 안됐을 때다. 평소 알고 지내던 정부 기관장 출신 퇴직관료를 만났다. 30년 남짓 공무원 생활을 했으니 일반 서민보다야 나았지만 수십억원대 부자는 아니었다.

그는 쌈짓돈을 갖고 주식에 투자해 오고 있었는데 나에게 이런 투자 팁을 건넸다. 대부분의 개별주식과 시황은 일정한 사이클이 있고 이를 잘 활용하기만 해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것.

관심 종목을 정하고 수년간 차트를 보면 일정한 사이클을 발견하게 되는데 저점부근에 오면 사고 고점부근에 다다르면 조금 일찍 파는 식이다. 물론 사업성과 실적이 불투명한 기업은 그의 포트폴리오에서 배제된다. 대박은 절대 좇지 않는다.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기업들을 꼽아 4~5개 기업만 잘 들여다보면서 1년에 2~3차례 매매하는 게 다다. 투자시 보유기간은 보통 6개월에서 1년 정도. 그렇게 버는 용돈은 쏠쏠했다. 퇴직 후 가끔 골프도 가고 후배들 만나 소주 한잔 사줄 용돈으로 적당하단다.

주변에 주식투자를 하는 또 다른 지인. 샐러리맨인 그의 목표는 점심값이다. 투자금도 500만원 수준이다. 물론 전액을 다 주식에 넣진 않는다. 하루에 300만원을 투자하면 수수료 빼고 2% 정도 먹는 게 목표란다. 6만원이다. 손해 보는 날도 있고 투자하지 않는 날도 있어 1~2만원 벌 때도 있지만 그는 이런 원칙을 수년째 유지하고 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기업을 알고, 투자하는 그만의 재미에 의미를 둔다. 그래서인지 그는 손실이 나도 크게 마음 아파하지 않는다. 점심값 정도 잃었다고 생각하면 되니깐.

최근 전세계 주식시장이 차이나쇼크(?)에 몸살을 꽤 앓았다. 위안화 평가절하 이후 글로벌 증시에서 사라진 돈이 무려 1경원에 달한다. 쇼크 주범으로 지목된 중국증시는 수일 만에 40% 가량 폭락하며 30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연초 이후 올랐던 수익을 모두 토해냈다.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증시도 직격탄을 맞았다. 2000선을 웃돌던 코스피지수는 1800선 붕괴 직전까지 갔고 코스닥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지금은 두 시장 모두 폭락장 손실의 절반 가량을 회복, 안정을 찾고 있다.

2주도 채 안돼 벌어진 일이었지만 피해는 컸다.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이 황망해했고, 증시쇼크 때마다 반복되는 증권맨의 안타까운 자살 소식까지 전해졌다. 선물옵션 투자를 주로 해왔던 증권맨이 중국발 쇼크에 이은 남북대치 국면, 미국의 금리인상 이슈가 정점에 달했던 때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최근 2년 여 여의도 투자신화의 하나로 꼽히던 S트레뉴빌딩의 애미와 매미들도 이번 하락장에 처참히 당했다고 한다. 모두 과도한 욕심이 화근이었다.

이에 반해 기자가 평소 알고 지내던 상당수 기관투자자들은 일정 부분 타격은 받았지만 이번 쇼크의 충격이 의외로 적었다. 미리 포트를 줄여놨거나 철저한 기업과 시장분석으로 세간의 비관론에도 꿋꿋하게 버틴 것이 주효했다.

반복되는 일이지만 증시쇼크가 오면 항상 주식을 팔라는 ‘비관’과 저가매수에 나서라는 ‘낙관’이 혼재한다. 특히 이 같은 폭락장에선 귀신같이 하락장을 예견했다는 사람들이 속속 등장한다. 그들은 제법 그럴듯한 이유를 들어 공포를 조장한다. 앞서 북핵사태, 리만사태, 버냉키쇼크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세계경제의 시한폭탄이 된 중국',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한 수준', '결국 망할 수밖에 없는 중국' 등 과격한 용어가 언론을 타고 튀어나왔다. 주로 이런 악역은 미국쪽 투자전문가들이 맡는다. 

기관 등 전문가들이야 스스로 이런 정보와 뉴스를 걸러낼 수 있지만 점심값 정도 벌겠다는 마음으로 주식을 투자하는 일반 개미투자자들은 다르다. 혼돈과 실망이 클 수밖에 없고 합리적인 판단도 어렵다.

철저한 팩트 체크가 필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사실 이번 폭락은 실물경기가 아닌 증시와 환율, 즉 금융시장 쇼크였다. 기업이나 금융기관 도산은 전혀 없었다. 폭락의 배경은 미국 금리인상, 중국 경기둔화, 원자재가격 하락 세 가지로 압축된다. 모두 우리에게 익숙한 이슈들이다. 돌발 악재도 아니다. 주범으로 꼽힌 중국 역시 최근 과도한 신용거래가 초래한 버블의 정리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앞서 3가지 요인 또한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로 결국은 하나의 이슈다.

그런데 공포는 공포를 불러왔다. 일부 전문가라는 이들은 도발적인 어휘를 써가며 시장을 불안으로 더 한층 몰고가는 측면이 있다. 물론 과도한 욕심을 부렸던 이들이 연쇄적으로 매물을 쏟아냈고, 매물이 또 다른 매물을 부른 탓도 있다.

외국인 이탈이 이어지는 가운데 당장 주식시장이 뚜렷한 방향성을 갖긴 어려워 보인다. 누군가 이 고리를 끊어야 하는데 아직 미국의 선택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현재로선 답을 내기 어렵다. 하지만 이번 폭락장은 과거 쇼크와는 다르다. 매크로 환경에서 문제가 생겼다기보다 주식 등 금융시장의 쇼크였다는 점, 중국 정부가 적극 개입하고 나섰다는 점, 미국도 이번 사태를 겪으며 금리인상을 공격적으로 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점 등을 감안할 때 불(bull)마켓까진 아니겠지만 베어(bear)마켓 랠리 정도는 가능해 보인다. 이미 리스크와 원인이 확인된 상황에서 추가 폭락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평소 눈여겨보던 좋은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도 된다. 

자본시장, 특히 주식시장은 기관과 외국인의 영향력이 크지만 일반 서민(개미)들에게도 큰 의미를 갖는다. 고령화에 따라 노후가 길어지고 재벌의 부가 다수의 서민에게 제대로 옮겨가지 못하는 사회 구조와 현실에서 어찌 보면 주식시장은 서민의 유일한 희망일 수 있다. 

점심값 정도, 후배들 소주값 정도의 수익을 목표로 중장기투자를 하는 다수의 서민들을 생각하면 전문가들의 과도한 비관과 낙관도 자제될 필요가 있다. 개미들 역시 변동성이 갈수록 커지는 시장임을 감안해 투자시 과거보다 철저히 기업을 분석해야할 것이다. 항상 존재해온 위기를 극복하려면 '부화뇌동하지 않는 중장기 투자문화 정착'이 우선이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증권부장 (deerbear@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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