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선진국부터 신흥국까지 확산된 환율전쟁이 국제 교역을 강타, 글로벌 경제 성장을 압박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환율전쟁이 시장의 우려보다 더욱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는 얘기다.
달러화와 유로화 등 주요 통화[출처=블룸버그통신] |
이는 결국 전반적인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조사 결과는 최근 중국을 필두로 신흥국이 경쟁적으로 자국 통화가치를 평가절하, 수출 시장을 뺏는 데 혈안이 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2014년 6월 이후 러시아와 콜롬비아, 터키, 멕시코, 칠레 등 신흥국 통화 가치가 달러화 대비 20~50%에 이르는 하락을 기록했다. 말레이시아 링기트화와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등 상당수의 통화가 지난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상황이다.
FT가 전세계 107개 신흥국 통화 등락과 이듬해 무역 추이를 조사한 결과 통화가치 약세가 수출 증가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달리 달러화 대비 신흥국 통화가 1% 떨어질 때 해당 국가의 수입은 약 0.5%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통화 가치 하락이 수출 경쟁력을 향상시키지 못한 한편 수입 상품 가격 상승에 따라 구매력과 소비를 떨어뜨렸다는 얘기다.
일례로, 브라질의 헤알화가 최근 1년 사이 37% 급락한 가운데 같은 기간 수입 규모가 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은 러시아와 남아공, 베네수엘라 등 신흥국 전반에 걸쳐 확산되고 있다.
즉, 신흥국은 통화가치 평가절하를 통해 경상수지를 개선시키고 있지만 이는 수출 증가가 아니라 수입 감소로 인한 결과라는 얘기다.
글로벌 경제 전반적으로 볼 때 환율전쟁이 수출 측면의 승자 없이 수입 측면의 패자만 발생시키고 있다고 FT는 강조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닐 셔링 이머징마켓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2000년대 초반 아르헨티나 위기 당시에도 통화정책 측면의 대응이 수입 규모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야기한 바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환율전쟁에 따른 파장의 범위와 폭이 과거에 비해 훨씬 크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네덜란드 경제정책분석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교역은 1.5% 감소했고, 2분기에도 0.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별도로 세계은행은 46개 선진국과 신흥국이 2004~2012년 사이 시행한 통화 가치 평가절하의 수출 부양 효과가 과거 1996~2003년과 비교할 때 절반 수준에 그쳤다는 연구 결과를 밝힌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