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기 기자] 박근혜 정부의 4년차인 2016년에 국내총생산(GDP)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40%대로 진입한다. 출범 초기 국가채무를 30%대 중반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던 현정부가 재정건전성 목표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8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2016년도 정부예산안과 2015~201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확정했다.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국가채무는 645조2000억원으로 올해 595조1000억원에 비해 50조1000억원이 늘어난다. 이에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0.1%로 올라가, 사상 최초로 40%대에 진입하게된다.
2015~201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국가채무비율은 2018년 41.1%까지 높아지고, 이후 줄어들게된다. 관리재정수지도 내년에 2.3% 적자를 저점으로 단계적 회복을 할 것으로 계획됐다.
◆ 국가부채비율 40%대로...균형재정 포기?
하지만 내년도 이후 실제 국가채무비율과 재정수지는 지금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발표했던 '13~'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과 '14~18년에서도 국가채무비율은 예산안 대상연도(둘째연도) 이후 1~2년차까지 높아지다가 개선되고, 관리재정수지 적자도 예산안 대상연도를 저점으로 회복되는 것으로 설계됐다. 결국 이날 확정된 '15~'19년 국가재정운용계획도 이전에 했던 관행대로 전망한 것에 지나지 않다는 얘기다.
'13~'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서 국가채무 전망치 최고수준은 33.9%였지만 2014도의 국가채무비율 35.1%로 이미 그 수준을 능가했다. '14~'18년 계획에서도 최고치를 36.7%로 전망했지만 '15년에 38.5%로 뛰어넘었다.
마찬가지로 내년도 '16~'2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는 '16년 국가채무비율이 이번 전망의 최고치인 41.1%를 넘어설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는 출범 첫해인 2013년 열린 재정전략회의에서 GDP대비 국가채무를 30%대 중반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현 정부의 의지와는 거리가 있는 양상이다.
그간 정부는 경기회복을 위해 확장적 재정기조를 유지한데 이어 두차례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탓에 현 정부의 재정건전성 관리라는 의지는 무너진 것이나 다름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승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저성장 기조의 장기 지속이 예상되는 가운데 세입여건도 악화돼 향후 국가채무 규모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며 "임기내 30%대 국가채무비율을 관리해 차기정부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한다는 당초 비전이 허물어진 셈"이라고 우려했다.
◆ 경기가 우선...단기간 재정수지 악화는 선순환구조로 극복 가능
재정전문가들은 국가채무비율이 40%로 올라서면서 이 비율이 통제권을 벗어날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 재정전문가는 "경제성장률 저하와 저출산-고령화로 세수확보의 어려움과 사회복지지출 확대를 동시에 직면한 우리나라는 재정적자의 확대 모멘텀이 더욱 강해지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단기간 재정수지 악화를 고려하더라도 경기살리는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확장적 예산을 통한 경제성장과 이를 바탕으로 세수가 증가하고 궁극으로는 재정건전성도 제고할 수 있다는 재정 선순환을 굳게 믿고 있는 것.
아직 성장률 지지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알수 없지만 올해 추경을 결단할 때도 정부는 단기적으로 GDP 대비 국가부채가 올라가는 것에 연연해선 안된다는 의견을 받아들였다. 그 기조를 이어 내년도 예산도 총지출을 높여서 경기활성화와 구조개혁 동시에 뒷받침하겠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이번 예산안 수립에서 정부는 빚을 내서라도 경기활성화를 지원할 것인가, 단기적 어려움이 있더라도 재정건전성에 중점을 둘 것인가를 두고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두가지 다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이기 때문에 균형점 찾았고 그 결과가 내년도 예산안이라는 설명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전날 기자단을 대상으로한 사전브리핑에서 "경기대응을 위해 총지출을 일정수준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재정당국 입장에서 걱정도 있지만 단기간 재정수지 악화 감안해도 경기살리는 것이므로 일시적인 국가채무, 부채 증가라고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최 부총리는 이어 "우리 미래세대를 위해, 재정효율 강화와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페이고(Pay-go)원칙 법제화 등에서 정부와 국회가 다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