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주은 기자] 유가 하락과 유로화 약세로 인해 1년 가까이 해외 건설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사들이 최근 나타나고 있는 원화 약세에 한숨을 돌리고 있다.
미국 달러화로 공사대금이 결제되는 해외건설 수주의 특성상 달러화 대비 원화 약세는 곧바로 가격경쟁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해외 건설시장에서 잠재적인 경쟁국으로 꼽히는 중국의 위안화 약세는 위협적인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은 최근 달러 강세가 이어지자 해외 건설 수주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과 같은 대형 건설사들은 저유가 영향이 적은 아시아 지역으로 수주 지역을 바꿔 새로운 수주전략을 짜고 있는 상황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약 1년 가까이 회사의 전략적 수주지역인 중동지역에서는 저유가로 발주 물량이 크게 줄어든데다 유로화 약세로 유럽 건설사들에 밀리는 현상을 보였다"며 "최근 원화 약세를 활용해 중동지역 대신 동남아시아와 인도, 중앙아시아 등에서 수주를 노린다는 전략을 수립했다"고 말했다.
달러 대비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해외 수주를 기획하고 있는 건설사들이 한숨을 돌리고 있다. 원화 약세에 따라 해외 수주 환경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해서다. 사진은 SK건설 사우디아라비아 와싯(Wasit) 가스플랜트 프로젝트 현장. <사진=SK건설> |
건설업계에서는 달러당 1200원대의 원화 약세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해외수주에 있어 국내 건설사들이 좋은 기회를 맞을 수 있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정종현 해외건설협회 금융지원처 팀장은 “일반적으로 강달러가 계속되면 해외건설을 비롯한 수출업계는 유리한 시장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환차익을 극대화할 수 있고 해외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달러 강세는 해외건설 발주에 민감한 유가 하락을 부채질 할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 산유국들이 수출을 늘리기 위해 증산을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달러 강세가 힘을 받으면 동남아시아나 인도와 같은 신흥국들의 석유 구매력이 약화돼 수요가 더욱 위축될 수도 있다.
이는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 프로젝트를 수주하는데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원유를 주요 수입원으로 삼고 있는 중동 산유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게 되면 대형 프로젝트 발주 축소 및 연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 중동 대신 대체 수주처로 삼고 있는 인도,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에서도 발주가 줄어들 우려가 있다.
이와 함께 중국 엔화의 약세가 지속되면 중국 건설사와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
중국은 최근 국내 업체와 견줄만한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엔화 약세로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면 국내 건설사들에 잠재적인 위협을 줄 수 있다. 중국은 이미 국내 업체와 중동 및 터키, 중남미 등에서 토목 및 인프라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사 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 및 자재비가 줄어들면 중국 업체는 그만큼 입찰가격을 낮출 수 있다”며 “저가공세로 국내 건설사를 위협하고 있는 중국 업체 입장에서는 호재”라고 설명했다.
시공 능력에 있어서 차이가 없어진 일본 건설사에 비해서는 경쟁력이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일본 건설사들은 단순 시공에서 벗어나 설계와 같은 엔지니어링으로 주력 업종을 바꾸고 있다. 때문에 원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대 일본 가격경쟁력 강화는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최주은 기자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