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한국전력공사(사장 조환익)가 담합으로 적발된 업체들로부터 약 1600억원 어치를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담합 기업들이 가처분소송을 통해 입찰참가제한을 교묘히 피해가고 있고, 한전도 사실상 이를 묵인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의당 김제남 의원 |
특히 입찰참가제한이 확정됐지만 법망의 단서조항을 핑계로 보기좋게 빠져나가는 등 사실상 제재의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은 발전과 송변전 등 전력산업의 특성으로 인해 다수업체의 경쟁보다는 과점체제가 형성되어 있어 경쟁입찰보다는 제한입찰이나 수의계약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따라서 담합이나 원가부풀리기 등의 비위행위에 노출되기 쉽다. 이에 한전은 자체적으로 '담합포착시스템'을 활용해 부정당업자에 입찰참가제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입찰참가를 제한하더라도 기업들의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에 대책이 없었다. 대표적인 예로 물품 계약 과정에서 뇌물 혐의가 인정된 현대중공업은 올 1월부터 2년간 입찰참가제한을 받았다. 하지만 곧바로 가처분소송을 제기해 올해 들어 한전과 1163억원(83건)의 계약을 체결했다.
법망의 단서조항을 이용하여 제재를 빠져나가는 경우도 있다. 국가계약법 제27조 3항에 따르면 입찰참가제한을 받은 업체라도 해당업체 외에 시공자나 제조자가 없는 경우 입찰제한이 제외된다는 조항이 있다.
㈜효성은 수입단가를 부풀려 법원으로부터 입찰참가제한을 받았지만 초고압차단기 독점업체로서 제한조치를 받지 않았고 총 426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김제남 의원은 "입찰참가제한 조치는 아무 의미 없는 빈껍데기 조치에 불과하다"면서 "현 시스템이 실효성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한전과 정부는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민 안전을 고려해서 하루빨리 비위행위를 일삼는 기업들을 퇴출시키기 위한 법적,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면서 "한전도 조속한 시일 내에 실효성 있는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조환익 한전 사장은 "지적하신 부분에 대해 종합감사 전 까지 실효성 있는 대책을 검토해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