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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3분기 출렁이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외환시장도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변동성 장세를 이어갔다.
신흥국 불안 속에 금리인상 전까지 미국 달러화 강세는 추세라는 인식이 고착되는 가운데, 일본 엔화가 상대적인 강세를 보인 점이 부각됐다. 엔 캐리-트레이드가 청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아베노믹스 성과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글로벌 위험 회피 'Yen Buy'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며 8월 이후 전 세계 주식시장에선 위험 회피 현상이 부각됐고 7월 말만 해도 확실한 듯 여겨졌던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 인상도 불발됐다. 일본 아베노믹스가 실패하고 있다는 우려 속에 3분기 전체로 볼 때 엔화가 선진국 통화 중에서는 최대 강세 통화였다.
다만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연준 위원들이 "올해 안엔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기존 기조를 확인하면서 주춤했던 미국 달러화는 다시 강세 모드로 돌아왔다.
결국 미국의 금리 인상이 이뤄지기 전까지 달러의 기조적인 상승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취약한 경제를 가진 신흥국 통화는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엔화는 일본은행(BOJ)의 추가 양적완화 전망에 따라 다시 약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과 아베노믹스 실패에 따라 급격히 강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엇갈리고 있지만, 글로벌 투자은행 전체의 컨센서스는 전자에 가깝다.
◆ 미 달러 강세 추세는 유지
9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불발됐음에도 미 달러화는 강세 트렌드를 유지했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3분기 중 0.91% 상승해 이 같은 추세를 보여줬다.
중국이 위안화 평가 절하를 단행한 8월 중순 이후 9월 미국 금리 인상 전망은 후퇴했고 실제로 9월 FOMC가 금리를 동결하자 일시적으로 달러 매도세가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재닛 옐런 연준 의장과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 등 연준의 주요 인사들이 올해 금리 인상 전망을 유지하면서 9월 동결 이후 하락했던 달러화는 최근 다시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옐런 의장은 지난 24일 "연방기금금리를 연내 올리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며 "(첫 인상 이후로는) 노동시장이 추가 개선세를 보이고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 수준으로 올라오는 상황에 맞춰 단기 금리를 점진적으로 끌어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3분기 몇 안 되는 절상 통화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일본 엔화다. 3분기 중 엔화는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절상됐다. 전문가들은 이 기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불거진 위험 회피 심리가 엔화에 다시 안전투자처(Safe haven)로서의 지위를 부여했다고 분석했다.
스미토모 미쓰이 뱅킹 코프의 마사토 야나기야 외환 트레이딩 헤드는 "주식시장이 계속 좋지 않다면 엔화는 달러당 119엔대를 테스트할 수 있다"면서 "주식시장은 위험 회피에 무게를 주면서 과도기를 겪고 있으며 매우 취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로열뱅크오브캐나다의 애덤 콜 외환 전략 헤드는 "자금 흐름과 포지션, 정책 기조 등을 고려했을 때 달러/엔 환율이 오를 가능성이 크지만 이런 요소들은 위험 선호가 큰 변동성을 보이면서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엔화는 안전통화라는 전통적인 지위로 되돌아갔다"고 진단했다.
◆ 호세프 대통령 인기와 함께 추락한 헤알
같은 기간 가장 약세를 보인 통화는 브라질 헤알화다. 헤알화는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달러당 4헤알을 돌파하며 지난 1994년 출범 이후 역사상 가장 낮은 가치로 추락했다. 지난 24일 헤알화 가치는 1달러당 4.2482헤알을 기록했다.
브라질의 통화가 약세를 보인 것은 성장, 물가, 재정 악화와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정권에 대한 불신 등 여러 가지 악재가 혼합돼 반영됐기 때문이다. 브라질 중앙은행에 따르면 올해 브라질 경제는 2.7% 위축해 27년래 최악의 침체를 겪을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물가는 10% 가까이 오르고 재정적자 규모도 커 정책 여력은 제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4일 브라질 정부는 재정 확충 계획을 내놨지만,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에서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지속하고 있다. 결국, 중앙은행이 개입해 환율 방어에 나섰지만, 헤알화는 여전히 낮은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라보뱅크의 크리스천 로런스 외환 전략가는 "당국이 시장을 멈추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실제로 없다"고 본다며 "이런 매도에 대응할 수 있는 중앙은행은 없다"고 분석했다.
4년 만에 최악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콜롬비아 페소의 가치 역시 3분기 중 크게 떨어졌다. 이 기간에 콜롬비아 페소는 18.51% 절하돼 뉴스핌이 분석하는 29개 통화 중 두 번째로 큰 낙폭을 보였다.
이 때문에 콜롬비아는 지난 25일 예상치 못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자국 통화 가치 방어에 나섰다. 콜롬비아 중앙은행은 물가 상승이 가속화돼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러시아 루블화와 말레이시아 링깃, 남아프리카 공화국 랜드화가 3분기 중 10%가 넘는 낙폭을 기록했다.
◆ 달러 강세…"올릴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4분기 외환시장 관전 포인트는 단연 FOMC의 금리 인상 여부다. 일부 전문가들은 10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점치기도 하지만 옐런 의장의 기자회견이 예정된 12월 인상 전망이 지배적이다. CME그룹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 참가자들은 인상 가능성을 10월에 14%, 12월에 41%로 베팅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의 미리아 키리아코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자금 지표를 보면 옐런 의장의 발언이 지난주 달러 강세를 다시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며 "헤지펀드와 현금이 달러 매수 포지션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다수 전문가는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기 전까지 탄탄한 미국 경제지표를 확인할 때마다 달러화가 추세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코먼웰스의 오메르 에시너 수석 외환 애널리스트는 "연준이 9월에 금리를 올리지 않은 것은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여전히 연준은 10월이나 12월 금리를 올려 가장 먼저 금리를 인상하는 중앙은행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달러와 등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던 유로화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 완화 기간을 늘리거나 규모를 확대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유로화의 추가 하락이 제한될 것이라는 투자은행(IB)이 있는가 하면 결국 1유로가 1달러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문가도 있다.
데이비드 블룸 HSBC 외환 전략 헤드는 "ECB가 추가 양적완화를 통해 유로화 약세를 유도하려 한다면 그것은 꽤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면서 "양적완화는 유로/달러 환율은 1.40달러에서 1.05달러까지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었지만, 현재 그 효과는 줄어들었고 다시 1.20달러대로 오를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BNY멜론은 지난 9월 FOMC의 동결 이후 올해 유로/달러 환율을 전망치를 기존 1.10달러에서 1.15달러로 높였다. 다만 장기적으로 유로화는 약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9월 달러와 유로가 등가에 거래될 것으로 전망했던 골드만삭스는 유로화 약세를 여전히 전망하고 있지만 최근 달러-유로 등가 예상 시점을 올해 말로 옮겼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특파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