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함지현 기자] 신동주(사진)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을 앞세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해 반격에 나섰다.
한·양국에서 동시에 소송을 제기해 지난 7월 28일 신격호 총괄회장을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및 회장직에서 해임한 결정을 무효화하고, 관련 임원들을 사퇴시키겠다며 공개적으로 선전포고했다. 신 부회장의 반격으로 일단락되는듯 했던 롯데가 경영권 분쟁은 또다른 국면을 맞게 됐다.
◆ 신동주, 한일 양국에 해임에 대한 무효소송 등 제기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가진 긴급 기자회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김학선 사진기자>
신동주 전 부회장은 8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격호 총괄회장의 친필서명 위임장을 공개하며 "한국과 일본에서 롯데홀딩스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신격호 총괄회장으로부터 위임을 받고 일본 법원에 신격호 총괄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권 및 회장직 해임에 대한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또 한국 법원에 호텔롯데와 롯데호텔부산을 상대로 이사 해임에 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의 골자는 지난 7월 28일 롯데홀딩스 이사회 결의가 불법적이고 일방적이었기 때문에 이를 무효화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신동주 전 부회장은 모든 계열사 이사직에서 해임된 상태인데 이와 관련한 이유나 해명을 들은 바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 절차가 부당한 행위였다고 보고 이를 입증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롯데그룹의 대주주로서 경영 감시권을 발동하고자 한다"며 롯데쇼핑을 상대로 한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도 했다. 수조원대 적자 논란을 불러왔던 신동빈 회장의 중국 비즈니스 관련한 회계장부를 하나하나 뒤져 잘못된 점을 찾겠다는 것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측은 향후 이같은 절차는 모든 계열사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번 가처분신청의 신청인에는 신동주 전 부회장뿐 아니라 신격호 총괄회장의 이름도 올랐다. 신동주 전 부회장측은 "그룹총수가 자신의 그룹사 경영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법원의 절차를 활용해야 하는 사태는 역사상 유래없는 일일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이번 소송을 통해 총괄회장의 즉각적인 원대복귀 및 명예회복과 불법적인 결정을 한 임원들의 전원사퇴를 달성하고, 이것을 성공하면 ▲그룹경영의 투명성제고 ▲조직의 개방화로 내부역량 극대화 ▲글로벌 스탠다드로 세계시장으로 진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적극적으로 실천 등의 개혁을 추진할 방침이다.
고문단 자격으로 자리에 함께한 김수창 변호사는 "이번 소송은 당연히 100% 이긴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 "신동빈, 경영 능력 없다…지나친 욕심으로 불법적으로 회장직 탈취"
신동주 전 부회장은 동생인 신동빈 회장에 대해 불편한 심기도 여과없이 드러냈다.
그는 신동빈 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질문에 "경영 능력이 없다"며 "최근 중국 진출에서 상당 규모의 적자를 보면서 한국 계열사에 많은 영향을 줬다"고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신동빈은 지나친 욕심으로 아버지인 총괄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권과 회장직을 불법적으로 탈취했다"며 "이는 그룹의 창업주이자 70년간 그룹의 성장을 이끌어 온 최고경영자를 일방적으로 내쫓는 인륜에도 크게 어긋한 행동"이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이날 신격호 총괄회장이 위임장에 서명을 하는 동영상도 함께 공개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최근 건강 이상설이 돌고 있음에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90이 넘은 고령이라 직접 기자들과 만나 얘기하는 것이 어려워 비디오를 찍고 위임장을 받았다"고 말했다.
롯데가 한국그룹인지 일본그룹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국제적인 글로벌 기업"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한국에서 활동하기 위해 설립한 SDJ 코퍼레이션스측은 한국 롯데의 지주사격인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 중 임원지주회 등 개별매매가 불가능한 지분을 제외한 실질적인 '경제지분'을 따졌을 때 신동주 전 부회장의 지분이 36.6%, 신동빈 회장 29.1%, 신격호 총괄회장이 8.4%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동주 전 부회장의 경제적인 이익이 더 많음에도 신동빈 회장이 일방적으로 해임을 결정한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한일 롯데의 관계에 대해서는 금리가 낮은 일본으로부터 저금리로 돈을 빌려 한국 롯데에 투자하고, 배당은 자제하면서 한국에 재투자했다고 설명했다. IMF 당시 고금리로 유동성의 어려움을 겪은 다른 기업들과 달리 한국 롯데는 일본 롯데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9위였던 재계서열이 5위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것이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역할 분담이었는데 신동빈 회장이 그 규칙을 깼다"며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광윤사 지분 50%를 준 것은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하는 동시에 한국 롯데를 지원하라는 의미가 있었던 것인데 신동빈 회장이 그것을 잘 알고있기 때문에 해임을 단행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 롯데그룹 "신동주, 도를 넘은 행위…경영권 흔들리지 않아"
한편, 롯데그룹은 이번 신동주 전 부회장의 소송건과 관련, "도를 넘은 지나친 행위"라며 "경영권은 흔들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고령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총괄회장님을 자신들 주장의 수단으로 또 다시 내세우는 상황은 도를 넘은 지나친 행위"라며 "신 전 부회장의 소송제기는 예견된 일로 소송이 현재 상황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광윤사의 지분을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50%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9월17일 국정감사에서도 알려진 내용"이라며 "광윤사는 일본롯데홀딩스의 지분 약 28% 정도만 보유하고 있어 현재의 일본롯데홀딩스와 한일롯데그룹의 경영권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의지가 제대로 반영됐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롯데그룹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소송 참여 경위와 법리적 판단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지난 7월과 8월에 있었던 해임지시서와 녹취록, 동영상 공개 등 상황에서도 드러났듯 진정한 의사에 따른 것인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