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고수익률을 겨냥해 부실채권을 집중 매입했던 헤지펀드와 투자은행(IB)이 일격을 맞았다. 지난 해까지 수년간 실제로 쏠쏠한 수익률을 올렸던 전략이 올해 빗나가면서 커다란 손실을 떠안은 것.
투자 리스크가 가장 높은 밑바닥부터 신용시장의 한파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운용 실적을 통해 기류 변화가 확인되고 있다.
월가 <출처=블룸버그통신> |
이와 별도로 연초 이후 헤지펀드 업계 전반적으로도 1.3%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에너지 섹터의 투자 손실이 특히 컸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에 따르면 미국 하이일드 본드 수익률이 이달 13%에 육박한 뒤 12% 아래로 밀렸다. 이는 1년 전 8% 내외에서 가파르게 상승한 것이다.
부실채권에 집중 투자해 지난 1996년 이후 평균 10%를 웃도는 수익률을 낸 킹 스트리트 캐피탈의 116억달러 규모 간판 펀드가 연초 이후 2% 가까이 손실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칼라일의 클라렌 로드 신용헤지펀드 역시 에너지와 광산, 그리스 채권에 공격적으로 베팅했다가 눈덩이 손실을 낸 것은 물론이고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가 꼬리를 물고 있다.
상황은 IB 업계도 마찬가지다. 골드만 삭스 채권 트레이딩 사업 부문이 빗나간 전략으로 인해 연초 이후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냈고, 제프리스 역시 올해 3분기 90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른바 부실채권이 장기간에 걸쳐 펀드 업계와 IB의 주요 수익 창출 통로였지만 올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데다 글로벌 경기가 후퇴하면서 투자자들의 리스크 경계 심리가 고조됐기 때문이다.
뉴플리트 애셋 매니지먼트의 에드윈 타이 부실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지난 7년간 극심한 저금리와 값싼 유동성이 이어지면서 가장 보수적이고 엄격한 투자 결정을 내리는 펀드매니저들조차 위험자산에 무게를 둔 상황”이라며 “올해 부실채권 시장의 약세는 많은 펀드매니저들을 초라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헤지펀드 업계의 한 트레이더는 “손실을 내지만 않았다면 매우 훌륭한 성적”이라고 전했다.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연준의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이 한풀 꺾였지만 투자자들의 ‘리스크-오프’ 심리가 오히려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 리스크가 높은 채권의 가격 하락이 이어지면서 펀드의 자금 썰물을 부채질하고, 수익률을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