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일명 채권왕으로 불리는 빌 그로스 야누스 캐피탈 펀드매니저는 지난 20여년간 ‘불가능한’ 투자 수익률을 올렸다고 자평했다.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그는 채권 운용으로 두 자릿수를 넘나드는 수익률을 창출, 주식형 펀드에서나 가능한 것으로 여겨지는 성적을 거뒀다.
달러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하지만 레버리지의 규모와 수익률 의존도가 투자자들의 에상보다 과도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드러나 주목된다.
국제결제은행(BIS)이 9일(현지시각)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채권펀드 수익률의 레버리지 의존도가 영속 불가능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BIS는 구체적인 펀드 상품별 레버리지 현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의 전반적인 자산 운용에 간과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바이 사이드 채권 펀드의 레버리지가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난 2006년 3% 선에 달했던 레버리지는 2008년 거의 제로 수준으로 떨어졌고, 2009년 3% 선으로 다시 상승한 뒤 2013년에는 6% 선에 달했다.
여기서 레버리지 비율은 펀드 운용 자산 대비 단기 여신의 비중을 기준으로 산정했다.
BIS는 보고서에서 “채권 펀드의 레버리지 비율이 가볍게 여기기 어려운 수준까지 상승했다”며 “오히려 주식형 펀드의 레버리지는 최저 수준인 데 반해 채권 펀드는 차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BIS에 따르면 특히 이머징마켓 투자에 주력하는 채권펀드의 레버리지가 두드러지게 높았다. 일부 펀드는 지난 2013년 기준 레버리지가 30%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현격한 변화가 나타났고, 특히 2010년부터 이머징마켓을 중심으로 채권시장이 자산운용의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 신흥국이 해외 투자자들에게 채권시장을 적극 개방하면서 이 같은 추세에 무게를 실었다.
BIS는 레버리지 상승으로 인해 채권펀드 업계가 총체적인 붕괴 위험을 맞은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문제는 레버리지로 인해 금융시장 상황이 악화될 때 채권 가격의 변동성이 더욱 크게 상승하는 한편 채권을 헐값 매각에 나서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됐던 것이 다름아닌 레버리지라는 점을 감안할 때 최근 조사 결과는 투자자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