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미국 금리 인상과 위안화 가치 절하에 대한 우려 속에 지난 3분기 외화유출이 급증했다. 9월 한달에만 무려 7000억 위안(한화 약 1조2500억원)이 중국을 빠져나갔지만 중국 당국은 "통제가능한 수준"이라며 덤덤한 모습이다. 금리 및 지급준비율(지준율) 인하는 통화 가치 상승에 불리한 것이 일반적이지만, 중앙은행의 통제력이 강한 중국에서는 금리와 지준율 인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9월 자본유출규모 7000억 위안, 6개월래 최대
감소세를 보이던 중국의 자본유출규모는 3분기 들어서 다시금 급증했다.
중국 외환관리국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은행 외환매매 적자액은 1961억 달러로, 월평균 654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분기별 은행 외환매매 적자액이 1분기 914억 달러에서 2분기 139억 달러까지 감소했지만 3분기 들어 적자액이 다시금 급증했다고 21세기경제보도(21世紀經濟報度)는 전했다.
은행의 외환매매란, 중국 은행이 기업과 개인으로부터 외환(미 달러)을 사들이고 판매하는 거래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외환매매가 적자를 기록했다는 것은 외화수요(매도외환)가 공급(매입외환)보다 많다는 것이자 한편으로는 중국을 빠져나간 외화가 유입된 자금을 넘어섰음을 의미한다.
올해 1-3분기 은행 외환매매 적자액이 1조8827억 위안에 달한 가운데, 월별로는 7월과 8월 각각 2665억 위안, 2745억 위안을 기록한 데 이어 9월에는 6953억 위안까지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외화 수요가 크게 늘면서 외환매매가 3개월 연속 적자를 지속했고, 9월 적자액은 6개월래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은행의 외환매매 적자액, 즉 자본유출규모가 급증한 것은 위안화 가치절하 분위기가 확산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난 8월 11일과 12일 이틀 연속 위안화 가치를 끌어내린 뒤 달러당 위안화 가치는 4거래일간 4.6% 하락했고, 이후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과 함께 중국 경제의 하방리스크 확대 등 요인 역시 위안화 가치 절하 압력을 키우며 외화유출을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 환율 방어 총력? “정상적 개입”
8월 중순 인민은행의 기습적 위안화 평가절하 이후 위안화 환율의 추가 상승(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위안화 환율 안정을 위해 중앙은행이 총력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인민은행이 역내 외환시장에서 거액의 달러를 풀고 위안화를 사들임으로써 위안화 환율 상승 저지, 역외 위안화 환율 안정을 도모하고 있고, 이를 통해 역내·역외 위안화 가격 차를 좁혀 기관들의 환차익 욕구를 억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재무부는 앞서 ‘상반기 세계경제동향보고서’를 통해 “7-9월 중국 중앙은행은 위안화 환율 안정을 위해 총 2300억 달러의 외화를 쏟아 부었다”고 밝혔고, 중국 한 국유은행의 트레이더는 “인민은행이 총 얼마의 외화보유액을 동원해 환율 간섭에 나섰는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최근 2개월간 외화시장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자금이 등장, 거액의 달러를 팔아 치우고 위안화를 사들이면서 위안화 환율이 빠르게 안정됐다”고 설명했다.
이 트레이더는 “업계는 8월 11일의 위안화 환율산출방식 개혁 이후 인민은행이 최소 1000억-1200억 달러를 외환시장에 풀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인민은행이 환시에 개입한 가장 큰 목적은 위안화 환율 안정 외에도 위안화의 역내 환차익 거래에 타격을 주기 위한 것에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관해 중국 국가외환관리국 왕샤오이(王小奕) 부국장은 "어떤 국가의 중앙은행이든 외환시장에 간여하기 마련”이라며 “중앙은행이 시장 수요에 따라 정상적으로 거래하는 것은 대규모 간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왕 부국장은 또 “최근 자본유출규모가 급증한 것은 8월의 환율산출방식개혁과는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며 “환율개혁은 일회성 작업이고, 앞서 쌓인 압력을 해소하는 것에 불과할 뿐 과도한 자본유출을 유발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 자본유출규모 '통제가능', 금리·지준율 인하 영향도 제한적
주변의 우려와 달리 중국 당국은 자본유출규모가 여전히 ‘통제가능 한’ 수준에 있다는 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중국 외환시장이 인민은행의 통제를 받는 한 금리나 지준율 인하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은행 외환매매 적자액이 확대된 것이 꼭 자본의 해외유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은행시스템을 빠져나온 거액의 외화가 아직 중국 역내에서 ‘순환’ 중이라고 강조한다. 환차손 회피를 노린 투기성 자금이 상당부분 존재하긴 하지만, 중앙은행의 환율안정노력이 지속적으로 효과를 발휘함에 따라 위안화 가치절하 전망이 잦아들면 외화 보유자들의 위안화 수요가 증가하면서 자본유출압력 또한 자연히 축소될 것이라는 게 중국 당국의 입장이다.
왕샤오이 부국장은 “은행 외환매매 적자액이 확대된 것은 미국 달러 가치 상승 전망 속에 중국인의 달러 저축이 증가한 것과 무역회사가 물품 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위안화로 바꾸지 않아 생긴 영향이 크다”며 “많은 외화자금이 여전히 중국 역내 금융시스템에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노무라증권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자오양(趙揚)은 “기타 신흥경제체에서 나타나는 자본유출은 경제성장-해외자본 유입-경기침체-자본유출-경제쇠퇴-통화가치 절하-금융시장 혼란 등의 특징을 갖지만, 중국은 ‘체내 순환’의 특징이 강하다”며 “미 달러 자산 보유로 위안화 절하 리스크를 피하고자 하는 수요가 존재하지만 대부분 자금이 역내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3일 인민은행이 금리와 지준율을 동시 인하했지만 그 영향 또한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중국 최대 경제포탈 화신망(和訊網)은 전문가 분석을 인용, 이번 금리 및 지준율 인하는 일찍부터 예견되어 있던 것이라며, 이로 인해 위안화가 받을 부정적 영향이 크게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매체는 또 23일 금리 및 지준율 인하 이후 첫 거래일인 26일, 위안화가 약세를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중앙은행의 환율 안정 노력이 계속되면서 위안화 환율 변동폭 또한 좁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26일 중국 인민은행은 달러당 위안화 기준환율을 6.3549위안으로 고시했다.
[뉴스핌 Newspim] 홍우리 기자 (hongwoor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