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지난해 6월 이후 가파르게 하락, 반토막이 난 국제 유가가 반등 모멘텀을 찾지 못하면서 주요 국부펀드가 홍역을 치르고 있다.
러시아 국부펀드가 이르면 내년 자본 고갈에 이를 위기에 처했고, 세계 최대 규모의 노르웨이 국부펀드 역시 자산 규모가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이다.
원유 저장 시설 <출처=블룸버그통신> |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가 배럴당 50달러에서 머무는 한편 달러 당 루블화 가치가 62루블 내외에 유지될 때 기금이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는 얘기다.
실루아노프 장관은 올해 말까지 기금 규모가 2조6000억루블(408억5000만달러)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경우 기금이 절반 이상 감소하는 셈이 된다. 이 같은 추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때 기금이 고갈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러시아 국부펀드는 원유와 천연가스 및 석유 제품의 생산과 수출을 통해 기금을 확충, 정부의 예산을 충족시키고 있다.
러시아 재정이 유가 폭락과 서방의 경제 제재로 크게 흠집이 발생한 이후 국부펀드는 예산 공백을 채우는 주요 창구로 동원됐다.
이달 초 실루아노프 장관은 지난 9월에만 국부펀드에서 4022억루블(60억달러)의 자금이 정부의 재정적자를 채우기 위해 빠져나갔다고 밝힌 바 있다.
상황은 노르웨이도 마찬가지다. 노르웨이 정부는 지난 6월 말 기준 자산 규모 8200억달러의 국부펀드에서 4500억달러를 인출하기로 했다.
국제 유가 하락에서 초래된 재정 공백을 국부펀드 자금으로 채운다는 복안이다. 이 같은 결정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금융 업계 애널리스트는 세계 최대 국부펀드의 자산 규모가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는 반응이다.
WTI가 배럴당 100달러를 회복하기까지 장기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만큼 펀드 자산이 탄탄한 증가 추세를 지속했던 전성기가 막을 내렸다는 진단이다.
노르웨이의 경제가 당장 침체 위기를 맞은 것은 아니다. 재정건전성이 뛰어난 만큼 국제 유가 폭락에도 위기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 이코노미스트의 판단이다.
하지만 원유와 가스가 전체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만큼 지난해 여름 이후 60%에 이르는 유가 하락에 따른 충격이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잭 앨런 이코노미스트는 “중장기적으로 원유와 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방향으로 경제 전반의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