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연주 기자] 신용평가사들이 예상보다 큰 손실을 낸 현대중공업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고심 중이다. 대규모 손실의 원인이 된 해양플랜트 업황이 쉽게 개선되지 않고, 계열사들의 사정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4분기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선뜻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등급 하향 가능성을 이미 염두에 두고 있다.
28일 IB업계와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3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6784억을 기록했다. 8분기 연속 적자 행진으로,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는 평가다.
IB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만 3조원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해 어느 정도 (부실을) 털어냈다고 생각했다"며 "이 정도 수준이라면 등급 하향도 충분히 검토될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 영업손실은 창사 이래 최대치인 3조2495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3분기 손실만 1조9346억원에 육박한다.
이런 영업손실은 해양플랜트 업황 악화 영향이 크다. 예상치 못한 공정지연 등으로 인한 손실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한 충당금 이슈 등이 해소되기 전까지 실적 개선은 쉽지 않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여기에 계열사 사정도 좋지 않다. 이번 손실에는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의 1700억원 규모 반잠수식 시추선 계약 취소건의 영향이 컸다. 다른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은 지난 6월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가 전량 미매각되면서 자금 조달 사정도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이에 신평사들은 등급하향 카드를 쥐고 모니터링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가 현대중공업에 부여한 신용등급은 AA-(부정적)다. '부정적' 전망은 최근 분위기상 빠른 등급 하향을 전망케 한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8월 기존 AA-(안정적)에서 A+로 하향 조정함과 동시에 '부정적' 꼬리표까지 달았다.
최중기 나이스신평 기업평가본부 전문위원은 "실적발표 이후 회사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알아보고 있는 과정"이라며 "시장의 예상은 영업흑자가 소폭 나거나 손실이 나도 크지 않을거라 보고 있는 분위기였고, 이런 전망을 토대로 모니터링하고 있었으나 손실규모가 예상보다 컸다"고 말했다.
그는 "분기 추이를 보면 가장 큰 규모의 손실"이라며 "충당금 추가 설정과 공기 지연도 예상손실을 반영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4분기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전망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가적인 대규모 적자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되지만 단기 내 의미 있는 수익성 개선 또한 어렵다"며 "글로벌 경기 둔화로 2016년 수주 개선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신평 관계자도 "중공업이나 조선 업종을 비교적 보수적으로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수익구조 개선이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중기 나이스신평 전문위원은 "현재 합리적으로 예상하기 어려운 부분에서 손실이 나고 있고, 이런 불확실성이 상당해 현대중공업 전망도 부정적으로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회사 측이 4분기 흑자전환을 하겠다고 이야기하는데, 원가 상승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명확하게 턴어라운드할 것이라고 전망하기 어렵고 현재 바닥을 쳤다고 판단하기에도 이르다"고 밝혔다.
이에 일각에선 등급 하향 가능성을 이미 염두에 두고 있다. 자칫 계열사 등까지 등급 강등 도미노 현상이 나올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손실이 워낙 커 현대중공업이 비교적 나아보이는 측면은 있지만 업종자체에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며 "가뜩이나 회사채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져 AAA등급이나 우량 AA급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는 상황이다. 더욱이 현 수준에서 추가 등급 하향 가능성이 있다면 아예 거래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조단위 손실을 반영해 올해 별 문제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안좋아 신뢰도에 문제가 생길 것 같다"며 "특히 얼마전 한신평 세미나를 듣고 현대중공업 등급이 한 번 더 내려갈 수 있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중공업의 경우 A0까지 떨어질 수 있어 보인다"며 "다른 회사들에 비해 특수선종 인도 지연 우려가 크다. 중공업과 더불어 미포조선, 삼호중공업 등급까지 줄하향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