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연주 기자] 두산 계열사들이 연일 '신용등급 강등'이란 악재를 겪고 있지만 지주사인 (주)두산의 신용등급은 건재해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주)두산의 등급하락 요인이 많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면세점 등 지켜봐야 할 재료가 있어 조정 문턱에서 고민하는 모습이다.
지난 6일 나이스신용평가는 두산캐피탈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 단계 낮췄다. 경영권 매각 장기화로 사업기반의 훼손가능성이 있고 운영자산에 대한 추가적인 부실가능성이 상존하는 등의 이유에서다.
다른 계열사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두산인프라코어는 A-에서 BBB+로 하향 조정됐고 두산건설의 신용등급은 BBB에서 BBB-로 낮아졌다. 두산엔진(A-)에 대한 등급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 으로 변경됐다. 두산중공업은 A를 유지했다.
이렇게 계열사 신용등급이 일제히 내리막길이지만 지주사인 (주)두산의 등급은 A로 유지되고 있다. 일각에선 지주사도 함께 하향 조정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다른 계열사의 지원부담이 가중된 상황이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지주사에 대한 검토도 필요한데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신평사 관계자들은 계열사 지원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등급 수준의 상환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향후 (주)두산의 신용등급은 두산중공업의 두산건설 지원부담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두산중공업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두산건설을 지원한다면 등급 하향 조정 검토도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피경원 나이스신용평가 평가기준실장은 "두산중공업과 (주)두산은 아직 해당 등급 수준의 차입금 상환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계열통합프로파일이란 자체 평가기준에 따르면 수치가 다소 하향 조정 가능성에 가까운 쪽으로 움직였지만 등급을 조정할 수준까지 움직이진 않았다. 한 마디로 (주)두산은 악화 또는 개선된 것이 아닌 현상유지를 한 정도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계열사 등급 하락은 마이너스 요인이다. 관건은 두산중공업의 두산건설 지원 추이이며 내부적으로 논의도 하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는 두산중공업이 잘 대응하고 있다고 본다. 두산건설도 자체기반 확보 전략을 짜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두산중공업의 부정적인 요인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두산중공업의 등급이 떨어지면 (주)두산의 신용등급도 하향 압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면세점 사업권 이슈가 (주)두산 등급 조정이 미뤄지는 이유라는 해석도 나온다. 채권업계 고위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지주사 등급은 계열사 리스크를 다 짊어지게 돼 다소 낮게 평가되는 것은 사실이다. (주)두산 등급에도 이미 어느정도 반영됐다"고 말했다.
이어 "섣불리 등급을 내렸다가 면세점 사업권을 두산이 가져가게 되면 1년도 안돼 등급을 내렸다 급하게 올리게 되는 모양새가 된다. 신평사 입장에서는 현재 등급 조정이 부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지주사 뿐 아니라 두산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나빠졌다는 평이 다수다. 실제로 한국기업평가는 이날 두산건설(BBB→BBB-)과 두산인프라코어(A-→BBB+)의 등급을 한 등급씩 끌어내리면서 두산중공업과 (주)두산에 대한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최근 회사채 등급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꼬리표를 달면 등급 하향까지 급속도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지주사에 대한 등급하향도 급물살을 탈 수 있어 보인다.
지난 7일 한국신용평가가 비공개로 진행한 두산그룹 관련 세미나에 참석한 일부 관계자들도 지주사 등급 하향이 생각보다 빠르게 단행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세미나에 참석한 A관계자는 "세미나 내용이 생각보다 훨씬 부정적이었다"며 "당장 호재가 마땅치 않으면 지주사 등급하향도 시간문제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B관계자도 "(주)두산은 두산중공업에서 배당이 나와야 하는데 중공업 계열사 실적도 그저 그렇고 배당금 수익의 변동성이 크다"며 "관심이 큰만큼 참석자들이 많았다. 신평사 쪽 논조는 계열지원 부담 차원에서 굉장히 부정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주)두산은 배당에 의존하기 보단 자체 현금창출력을 강화하기 위해 연료와 전지 부문으로 신규사업을 키우는 듯하다. 다만 여기에 대한 자본 지불과 연구개발(R&D) 부담이 또 우려할 만한 요인"이라며 "해외법인에 대한 지급보증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계열사들이 개선될 수 있을지 신평사가 회사와 집중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