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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이영기 기자] 기획재정부의 강만수 전 장관, 방문규 전 2차관, 송언석 2차관, 문창용 세제실장을 묶어주는 공통점이 있다. 국세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하다 기재부로 옮겨와 1급 이상 고위직까지 올라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재부 내 국세청 출신이 이제는 계보가 끊길 위기에 처해있다. 기재부가 승진도 느리고 업무 강도도 높아 공무원들 사회에서 기피부처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실제 국세청을 비롯한 타 정부부처에서 기재부로 옮겨오는 인원이 줄었다.
29일 기재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차관으로 옮겨간 방문규 전 2차관과 송언석 현 2차관은 국세청에서 사무관 생활을 시작했다. 기재부에서 세제업무를 잠시 수행했지만 우리나라 예산을 주무르는 예산실장을 거쳐 2차관자리에 올랐다는 점이 닮았다.
방 전 2차관이나 송 2차관은 예산분야에서 실력을 발휘해 예산실과 세제실을 모두 국세청 출신이 장악한 시절도 있었다.
강만수 전 장관도 마찬가지다. 1970년 국세청에서 공직을 시작해 재무부 세제국으로 옮겨와 사무관 시절 부가가치세를 신설하는 실무작업을 담당했다. 또 금융실명제 도입과 금융시장자율화와 개방을 담당하고, 이명박정부에서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통합된 기획재정부의 초대장관을 맡았다.
현재 기재부에 이들처럼 국세청에서 옮겨온 과장급 이상은 한명진 조세총괄정책관(행시31), 안택순 소득법인세정책관(행시32),이상길 부가가치세과장(38회) 등이 있다.
이들처럼 국세청은 아니지만 관세청에서 공직을 시작해 공모직인 관세정책관으로 온 정무경 대변인(행시31)도 독특한 사례다.
특히 이찬우 경제정책국장(행시31)이 재경직도 아닌 일반직 행시출신으로 특허청에서 5년 근무하다 기재부로 옮겨오기도 했다.
기재부와 관가에서는 이렇게 도전정신 강한 사람들이 옮겨오면 타부처의 오랜 경험(5년이상)을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능력도 탁월해 부처에 신선한 자극을 불어넣는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기재부가 경쟁력을 갖는 주요한 배경이됐다는 얘기다. 부처간 교류 특히 전문성을 갖춘 국세청과의 교류가 필요하다는 것.
하지만 이렇게 굵직한 국세청 계보가 끊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선 기재부로 오려고 지원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5급 사무관으로 시작해 5급 사무관으로 끝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국세청의 승진이 더뎠다. 이제는 오히려 기재부보다 사정이 나아졌고, 기재부가 인사적체로 몸살을 앓고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선호부처였기 때문에 자리가 비면 국세청에서 옮겨오는 경우가 많았고 그분들의 능력이 또 특출해서 기재부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잘 나가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아예 기재부에 발을 들여놓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도적으로 국장급(관세정책관)이나 과장급(국제조세과장) 보직에 대해 공모를 해오고 있지만 타부서에서 응모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교류차원에서도 교류희망자를 물색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과거와 달리 어느 부처든지 비는 자리가 없어 부처간 교류의 기회 자체가 줄어들기도 했다.
기재부의 다른 관계자는 "아무리 정보공개가 잘되고 부처간 협력이 잘 된다하더라도 인적 교류만 하겠느냐"면서 "처우나 근무환경도 그렇지만 도전해 볼 만한 부처로서의 매력을 잃은 것 아니냐는 우려도 많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