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채권시장의 유동성 리스크는 새로운 사안이 아니다. 금리인상부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상승, 여기에 금융권 자본 규제 강화까지 갖가지 요인에 의해 채권시장의 유동성이 마비될 수 있다는 경고는 꼬리를 물고 나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경우 주식시장 역시 도미노 위기에 휩쓸릴 것이라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 <출처=블룸버그통신> |
업계에 따르면 관련 상품의 규모는 1조40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채권 유동성 우려가 고조되면서 관련 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본격화될 경우 주식시장이 급락을 모면하기 어렵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하이브리드 채권 투자자들이 자금을 빼내면서 상환 압박이 고조되면 펀드매니저들은 채권보다 주식을 매도해 유동성을 마련할 여지가 높기 때문이다.
채권의 경우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유동성이 떨어지고, ‘팔자’가 몰릴 때 헐값에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하고 손실 리스크가 낮은 주식이 펀드매니저들의 타깃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이 주시해야 할 부분은 채권 유동성 위기에 따라 매도 압박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은 섹터나 종목이다.
이와 관련, 유비에스(UBS)와 바클레이즈가 찾아낸 해답은 다소 뜻밖이다. 하이브리드 채권은 상품 분류 상 ‘인컴펀드’로 구분된다. 일정한 수입이 발생하는 자산에 투자 영역이 집중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배당 성향이 높아 채권과 흡사한 성격을 지닌 유틸리티 섹터의 비중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UBS의 조사 결과는 이와 달랐다.
실제로는 헬스케어와 금융, IT 섹터가 하이브리드 펀드에서 높은 편입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유틸리티의 비중은 바닥권이라는 것이 UBS의 얘기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의 편입 비중이 개별 종목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IT 섹터의 간판급 종목인 애플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또 업계에 따르면 필립 모리스와 록히드 마틴, 다나허 등 3개 종목이 하이브리드 펀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채권 유동성 위기의 실제 가능성을 놓고 투자자들 사이에 논란이 뜨겁다. 다만, 리스크가 잠재된 사실을 직시하고, 주식 투자자들 역시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에 눈을 떠야 한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