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진성 기자] "연구소의 사명은 끊임없이 더 나은 신약개발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조만간 글로벌 임상2상을 마치는 랩스커버리 기술이 적용된 지속형 인성장호르몬(프로젝트명 : LAPSrhGH) 신약도 차세대 주자입니다."
국내 제약업계 사상 최대 기술수출을 기록한 한미약품의 권세창 연구소장(전무이사)는 향후 비밀병기를 이같이 설명했다.
한미약품은 최근 글로벌 제약사인 사노피와 얀센에 랩스커버리를 기반으로 7조6000억원대의 기술수출을 달성했다. 랩스커버리는 바이오의약품의 약효를 최장 한달까지 연장시키는 한미약품의 독자기술이다. 앞으로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 임성기 회장, 당뇨 환자 고통 인지‥연구개발 전폭적인 지지
11일 권 소장은 뉴스핌과의 전화인터뷰에서 "한미약품 연구소는 랩스커버리를 접목해 당뇨와 성장호르몬, 호중구감소증 등 6건의 바이오신약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세창 한미약품 연구소장.<사진제공=한미약품> |
권 소장과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이사(前연구소장)는 미래 먹거리로 고령화사회에 주목했다. 그 중에서도 만성질환인 당뇨병 등 대사질환 치료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고령화 사회가 다가올수록 필연적으로 늘수밖에 없는 질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에도 당뇨치료제는 포화상태로 평가됐다. 때문에 한미약품은 후발주자로 여겨지고, 업계에서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권 소장은 "지금에서야 역대 최대 기술수출을 달성하면서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랩스커버리에 대한 연구기반이 전무했기 때문에 실패의 연속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럼에도 10여년간 매달릴 수 있었던 원동력을 한미약품의 연구개발(R&D)투자로 꼽았다.
그는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은 매일 주사를 맞는 당뇨병환자의 고통을 잘 알고 있었다"며 "때문에 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실험에 대해 전폭적으로 지지해줬다. 단기간 성과가 나지 않는다고 연구비용을 깍거나 눈에 보이는 시장에 집중했다면 지금의 결과도 없었을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실제 한미약품은 이후 연구개발비용을 급격히 늘리기 시작했다. 2000년대 중후반 매출대비 10%미만의 연구개발 비용은 2010년 이후 10%를 초과하기 시작했다. 2011년에는 매출대비 연구개발비용이 13.5%에 육박했고, 지난해에는 20.0%까지 급격히 올랐다.
이에 대해 권 소장은 "제약회사의 연구개발비용이 증가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연구성과가 나타나면 국내를 비롯해 글로벌 임상에 돌입해야 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수 밖에 없다"며 "연구를 진행한 결과 랩스커버리가 당뇨병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규모로 평가되는 종양임상학회에서 주목받는 한미약품.<사진제공=한미약품> |
한미약품은 랩스커버리를 접목한 기술 6건 가운데 5건에 대한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유일하게 남아있는 기술은 지속형 인성장호로몬신약(프로젝트명 : LAPSrhGH)이다. 권 소장은 "랩스커버리를 기반으로 바이오신약 대부분을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했다"며 "최근에는 미국 샌디에고에서 열린 미국 내분비학회에서 발표한 LAPSrhGH도 주목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LAPSrhGH는 한미약품의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지속형 인성장호르몬 신약이다. 이 또한 단 한번 투여로 주 1회 이상 효능이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국내와 유럽 등 글로벌 임상에 돌입한 상황이다. 특히 유럽에서는 조만간 임상 2상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 또한 임상 결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대규모 기술수출이 점쳐지고 있다.
권 소장은 "랩스커버리 기술에 대한 차별성이 인정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이같은 기반으로 개발된 인성장호르몬신약의 가치도 높아진 상태다"며 "글로벌 2상도 마무리단계다"고 전했다. 사실상 성공적으로 임상2상을 마친다는 설명이다. 랩스커버리 기반으로한 당뇨치료제가 임상 2상을 마치고 기술수출이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조만간 새로운 소식을 기대하게 된다.
한미약품이 성장호르몬신약에 돌입하게 된 배경은 당뇨치료제 개발당시와 사뭇 닮았다는 특징이 있다.
권 소장은 "최근 저신장 환자들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이 고통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민했다"며 "고통을 덜기 위해 단 한번 투여로 오래 지속될 수있는 약을 개발하자는 임 회장의 지시가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를 계기로 자체 기술인 랩스커버리를 접목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2000년대 초중반 맨발로 뛰어든 랩스커버리의 기술들이 모든 영역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연구개발에 투자한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한 것이다.
권 소장은 "한미약품 연구소의 최대 무기는 150여명의 연구원들이 바이오신약과 합성신약, 동물평가, 약물분석 등 다양한 조직에서 유기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라며 "이로 인해 연구 과정에서 최선의 방향성을 갖게 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연구소는 지금보다 더 뛰어난 물질을 개발해내는 곳이다. 한미약품 역사에서 4조8000억원의 기술수출이 최고로 기록되진 않을 것"이라며 "지금 언급되는 후보군외에도 한미약품은 글로벌 신약 20여건을 개발중에 있다. 모든 품목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포기할 수 없는 재료들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권 소장은 연세대학교 생화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대학원 동물자원과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신경인더스트리 생물학팀을 거쳐 1996년 한미약품 연구센터 연구위원으로 입사했다. 2012년 연구센터 소장으로 임명됐다.
[뉴스핌 Newspim] 이진성 기자 (jin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