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성장 둔화와 미국 긴축 파장에 대한 우려에 하강 기류를 보이는 이머징마켓을 놓고 월가의 투자가들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다수의 증시가 내재가치 아래에서 거래되는 만큼 매수 기회라는 의견과 주가 낙폭만 보고 베팅에 나섰다가는 덫에 걸리기 십상이라는 경고가 교차하는 모습이다.
루블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2010년 말 MSCI 이머징마켓 지수에 투자한 이들은 최근까지 14%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선진국 증시가 35%의 수익률을 낸 것과 크게 대조되는 결과다.
신흥국 주가를 억누르는 요인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중국의 경기 하강에 악재로 버티고 있고, 12월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유동성 이탈 가능성, 여기에 원자재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도 주가 하락에 힘을 보태고 있다.
낙관론자들은 악재가 충분히 반영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장기 투자자들이라면 밸류에이션이 상당히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소시에테 제네랄(SG)에 따르면 MSCI 이머징마켓 지수는 올해 예상 실적을 기준으로 12배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4월 15배에서 가파르게 떨어진 수치다.
23개 선진국 증시로 구성된 MSCI 세계 지수가 18배에 거래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신흥국 증시가 저평가 매력을 지닌 셈이다.
캐피탈 이코노믹스는 앞으로 2년간 이머징마켓 주가가 상승 흐름을 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반면 선진국 증시는 보합권에서 횡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신흥국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설 것을 권고했다.
보스톤의 자산운용사인 GMO 역시 이머징마켓에 대해 낙관적이다. 중장기적으로 볼 때 쏠쏠한 잠재 수익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다.
이와 달리 이머징마켓의 주가 하락이 장기 추세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브라운 브러더스 해리만의 마크 챈들러 시장전략 헤드는 “약달러와 미국의 통화완화, 상품 가격 상승 등 과거 신흥국 증시를 끌어올렸던 상승 엔진이 꺼졌다”며 “신흥국 증시의 비중을 줄이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스탠다드 라이프 인베스트먼트의 앤드류 밀리건 글로벌 전략 헤드 역시 “신흥국 증시의 단 한 가지 매력은 밸류에이션”이라며 “하지만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와 이에 따른 경제 펀더멘털 타격을 간과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머징마켓 전반에 걸쳐 중장기적인 성장 동력이 부재한 상황이라는 얘기다. 특히 중국 이외에 상품 수출국인 러시아와 인도가 우기 상항을 맞게 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바클레이즈의 아자이 라자다크샤 글로벌 매크로 전략가는 “적어도 외환시장이 안정을 찾는 한편 국제 무역이 회복될 때까지 이머징마켓 투자를 보류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