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함지현 강필성 기자] 롯데그룹이 호텔롯데 상장의 첫걸음으로 평가받던 시내면세점 특허권 획득에서 '절반의 성공'만 거두자 상장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면세점 사업이 호텔롯데 매출의 83%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월드타워점을 잃으면서 기업의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하던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인 호텔롯데의 상장이 난항을 겪을 경우 지배구조 개선 역시 동력을 잃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롯데 측은 호텔롯데 상장은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입장이나, 기업가치 평가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는 반응도 함께 나타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학선 사진기자> |
관세청은 14일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권 심사 결과 호텔롯데와 신세계, 두산이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특히 두산은 호텔롯데 월드타워점 몫의 특허권을 따내면서 롯데는 소공동 본점을 수성하는 데 그쳤다.
업계에서는 롯데가 최근 이어진 롯데가(家) 경영권 분쟁이 부정적 인식을 심어준데다, 독과점 논란까지 이어진 것이 이번 심사에서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을 둘 다 지켜냈다는 전제 하에 롯데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인 호텔롯데 상장의 청사진을 그려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월드타워점을 놓치면서 향후 기업가치 하락 등으로 인해 목표로 설정한 자금 확보가 어려워 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상장자체가 차질을 빚을 수도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지주사 전환까지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와 관련해 롯데 관계자는 "상장 요건은 문제가 없지만 호텔롯데 매출중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면세점 사업지 중 하나를 잃으며 기업가치 평가 부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자세한 것은 상장주관사와 좀 더 논의해봐야겠지만 상장 의지는 변함 없다"며 "시기는 더 논의를 해봐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룹의 문제 뿐 아니라 면세점 사업만 떼놓고 봐도 인력이나 매장 정리문제를 비롯해 면세점에 입점해 있는 브랜드와의 계약 문제 해결 등의 숙제도 남게됐다.
올해 특허가 만료되는 서울과 부산 면세점 4곳의 신규 사업자 선정을 위한 심사가 시작된 14일 오후 충남 천안시 관세국경관리연수원에서 경쟁 입찰사의 관계자들이 프레젠테이션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이형석 사진기자> |
신 회장의 리더십이 도마에 오를 수도 있다. 신 회장은 그동안 롯데면세점 수성과 여기에 기반한 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사실상 직접 진두지휘했지만 결과적으로 성공적 수성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일본 광윤사 대표이사·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신 회장의 경영능력 등을 겨냥하고 있는 만큼 공세의 여지를 주게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롯데면세점 측은 이번 결과와 관련, "이번 결과에 나타난 부족한 부분을 잘 파악하고 보완해 소공동 본점을 비롯한 나머지 면세점을 더욱 더 잘 운영해 세계 1위의 면세기업이 될 수 있도록 절차탁마의 계기로 삼겠다"며 "월드타워점 직원 및 협력업체 직원들의 고용 안정은 물론 롯데면세점과 오랜 시간 신뢰 관계를 맺어온 파트너사가 이번 일로 피해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중소기업과의 상생, 사회공헌 등 관광산업 발전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국민 여러분께 약속한 내용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강필성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