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우리나라 공정거래법 위반 논란에 휘말린 미국 통신칩 제조업체 퀄컴 주가가 폭락했다.
퀄컴 측이 혐의를 반박하면서 소송전을 예고한 가운데, 앞서 중국 사례가 있는 만큼 과징금 합의로 논란이 마무리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각) 뉴욕증시 정규장에서 퀄컴(종목코드:QCOM) 주가는 9.4% 하락한 4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올 초부터 실시한 조사 결과 퀄컴이 특허 사용료를 적절히 협상하지 않았고 자사가 독점한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 회사에 지나치게 높은 특허 수수료를 요구했다고 판단했다. 또 불필요한 특허권까지 끼워팔기를 한 점을 지적하는 내용을 담은 심사 결과를 퀄컴 측에 전했다.
이러한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받았음을 밝힌 퀄컴은 즉각 성명을 통해 심사보고서 내용이 사실에 근거하지 않았고 법 적용에서도 오류를 담고 있다며 공정위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퀄컴은 "특허 라이센싱 관행은 20년 가까이 이어져온 것으로 한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산업 성장에 기여를 해 온 법적이고 친경쟁적인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톱3 고객사들 중 두 곳이 있는 한국에서 퀄컴은 상당히 고전할 것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공정위는 당연히 특허수수료가 단말기 가격이 아니라 반도체칩 가격에 의거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삼성전자 등의 전망이 악화된 상황에서 이런 입장을 관철할 것이 예상된다는 대신증권 애널리스트의 의견도 소개했다.
번스타인리서치 애널리스트 스테이시 레스곤은 "현 시점에서는 공정위 소송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과징금이 부과될지 여부 등은 알 수 없다"며 "(벌금 이상의) 구체적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수 년 간의 항소과정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공정위가 지난 2009년 퀄컴에 제출한 심사보고서 내용 중에서는 일부 만이 받아들여 졌음을 상기했다.
당시 공정위는 퀄컴이 국내 휴대전화 제조사들에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을 사용하도록 하면서 경쟁사의 통신칩을 사용하면 차별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부과한 것을 문제 삼은 결과 약 26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었다.
레스곤은 이어 소송 결과에 상관 없이 이번에 공정위 심사보고서가 지적한 내용은 퀄컴의 라이센싱 사업의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우려해 온 투자자들에게 추가적인 불안을 초래할 것임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퀄컴 주가 1년 추이 <출처=마켓워치> |
◆ 퀄컴, 국내외 공정위 논란 '홍역'
퀄컴의 반독점 위반 논란은 현재 유럽, 미국 등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지난 7월에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이동통신용 칩 시장에서의 퀄컴 판매 관행을 문제 삼아 두 건의 반독점 조사에 공식 착수했다. 퀄컴측은 EC 조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혐의에 대해서는 문제될 바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에서는 연방무역위원회(FTC)가 작년 9월부터 퀄컴 라이센싱 사업부문과 관련해 '섹션5' 위반 혐의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공정거래와 관련한 부정행위가 적발되면 퀄컴에 벌금을 부과하거나 라이센스 계약 시정을 요구할 예정이다.
중국에서는 지난 2월 퀄컴이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60억8800만위안(1조1120억원 상당)의 벌금을 부과 받은 바 있다.
한편, 이달 초 공개된 퀄컴의 3분기 실적은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지만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과의 새로운 특허 라이센스 계약이 난항을 겪으면서 4분기 실적은 예상을 크게 밑돌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