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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선엽 기자]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를 선언한 이후 경쟁업체 공세가 만만치 않다. KT와 LG유플러스가 합심해 전문가 초청 강연회를 여는가 하면 케이블TV 업계 역시 방송통신위원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CJ헬로비전 인수 건을 거론했다.
SK 입장에서도 할 말이 없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여론추이가 호의적이지 않다는 판단 아래 자세를 낮추고 있다. 여기에 더해 몇몇 정책 당국자들이 이번 인수 절차와 관련해 불편한 심정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져 SK 측은 적극적인 대응을 삼가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SK 측은 CJ헬로비전 인수에 따른 구체적인 시너지 효과를 외부에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예상보다 거센 무선 업계의 반발에 더해, 시민단체와 일부 야당 정치인까지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나선 탓이다. 일단 사태를 지켜보자는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실제 KT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 이사회 직후 각각 보도자료를 통해 인수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고 다시 SK브로드밴드와 합병을 추진할 경우 무선 시장에서 SK텔레콤의 지배력을 바탕으로 초고속인터넷 사업과 방송 사업에서도 절대 강자로 군림할 것임을 우려한 것이다.
지난 17일 KT와 LG유플러스의 후원으로 열린 서강대 법과시장경제센터 정책세미나에서도 당연히 비슷한 이야기들이 흘러나왔다.
업계뿐 아니라 시민단체와 일부 정치인들도 이번 인수 건에 독과점 문제를 제기한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거대 통신재벌이 사실상 보도채널을 소유해 불공평한 여론을 형성하고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하는 초유의 사태를 막아야 한다"고 논평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자본권력, 특히 통신재벌의 방송 진입이 도를 넘고 있다"고 지적했고 새정치민주연합 우상호 의원과 정호준 의원도 1위 사업자의 시장 독점 공고화 문제를 거론한 바 있다.
전날 이기주 방통위 상임위원 주재로 열린 케이블TV업계 간담회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흘러 나왔다. 이번 합병으로 이동통신시장에서의 시장지배력이 방송시장으로 전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SK 측은 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업이 한국 미디어 시장 진출을 앞둔 상황에서 국내 플랫폼 사업자의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또 미디어 플랫폼 사업이 해외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 관점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덩치가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더 이상 국내 시장에서 한정된 파이를 뺏기 위한 경쟁을 계속해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결과"라며 "미디어 플랫폼, 사물인터넷(IoT) 등이 우리가 가야하는 길인데 200만~300만 가입자 가지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SK 측은 이 같은 항변을 아직까지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고 있다. SK그룹이 주로 내수 시장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통해 성장한 점, 자체 투자보다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한 과거 전력을 들며 경쟁업체가 공세에 나서고 있지만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일부 정책 당국자들이 이번 인수 건에 대해 사전 보고를 받지 못한 탓에 미래창조과학부 인가를 확신할 수 없는 점도 부담이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당국자 몇 명이 언짢은 상태라 아직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며 "인수합병의 효과를 알릴 시점이 언제인지를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