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태 기자]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 참석차 말레이시아를 방문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각) 미·중 간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해 "모든 관련 당사국들은 남중국해 행동선언(DOC)의 문언과 정신, 비(非)군사화 공약들을 준수함으로써 남중국해의 평화, 안정 증진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컨벤션센터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미국과 아세안 국가들은 중국에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 중단을 요구하며 갈등을 빚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아세안 정상 등 남중국해 분쟁의 당사자들이 모두 참석했다.
청와대는 이날 박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남중국해 분쟁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나아가 비군사화 공약이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기는 했지만 미국이나 중국 가운데 어느 한쪽의 입장을 지지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앞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9월 방미에서 남중국해에 조성한 인공섬을 군사적인 거점으로 삼을 의향이 없다고 약속한 사실을 미국에 재확인한 바 이 약속이 지켜져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표명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유관국들이 공식 또는 비공식적으로 남중국해를 비군사화하겠다는 공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그런 차원에서 유관국 간 공약이 잘 지켜져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이 유지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대통령이 남중국해의 비군사화와 관련한 중국의 약속이 지켜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측면에서 미국 측에 다소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인용한 남중국해 행동선언(DOC)은 2002년 캄보디아에서 중국과 아세안 11개국 정상이 체결한 문건으로, 당사국들이 남중국해 분쟁을 평화적으로 처리하고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포괄적 선언이다.
아세안 정상들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 DOC보다 더 구속력 있는 이행방안을 담은 '남중국해 분쟁당사국 행동수칙'(COC)의 제정을 서두르자는 입장이다.
박 대통령은 "한국의 경우에도 원유 수입량의 90%, 수출입 물동량의 30% 이상이 남중국해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남중국해에서의 평화와 안정은 한국에게도 이해관게가 큰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대다수의 참석 정상들은 남중국해에서 비군사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취지로 발언했다"며 "대다수 정상들은 남중국해에서 항행과 상공 비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며, 분쟁이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선 "북한이 핵능력 고도화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북핵문제 해결 없이는 역내 평화와 안정을 보장할 수 없다"며 "EAS 회원국들이 한 목소리로 분명한 대북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또 프랑스 파리 연쇄테러와 말리에서 발생한 이슬람무장단체 인질극, 레바논과 터키에서 발생했던 테러 공격 등을 강력히 규탄하고, 유가족에게 애도의 뜻을 표했다.
EAS 정상들은 ▲우리나라와 호주가 공동 제안한 '폭력적 극단주의 대응에 관한 성명' ▲글로벌 온건주의 운동에 관한 선언(말레이시아 주도) ▲ICT 안보와 사용에 관한 설명(미국 주도) ▲유행 및 대유행 가능성이 있는 감염병과 관련한 역내 보건안보 증진 성명(한국, 미국, 인도네시아 주도) 등을 채택했다.
EAS 정상들은 '폭력적 극단주의 대응에 관한 성명'에서 "폭력적 극단주의 이념 및 선전 확산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테러 및 폭력적 극단주의와 그 선전을 규탄한다"며 "극악무도하고 반인륜적인 테러 공격을 규탄하며, 테러리즘과 폭력적 극단주의에 함께 확고히 대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