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부실 채권 베팅에 주력하는 헤지펀드 업체들이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최대 손실을 봤다. 국제 유가 급락으로 에너지 업체들이 발행한 회사채가 동반 하락한 데 따른 결과다.
유가 전망은 여전히 잿빛이다. 원유 선물시장에서 투기거래자들의 하락 베팅이 사상 최고치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원유 시추 현장 <출처=AP/뉴시스> |
이는 2008년 이후 최대 손실이다. 뿐만 아니라 전체 헤지펀드 섹터 가운데 가장 저조한 성적에 해당한다.
11월에도 상황은 마찬가지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가 집계하는 부실채권 지수가 11월 들어 8%에 가까이 떨어졌다. 지수에 편입된 채권의 평균 가격이 지난 2월 75.6센트에서 최근 57센트까지 밀린 상태다.
지난해 6월 이후 국제 유가가 내림세를 지속한 가운데 정크본드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에너지 업체들의 회사채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 관련 지수와 펀드의 수익률을 강타했다.
머드릭 캐피탈이 연초 이후 10월 말까지 대표 펀드에서 16%의 손실을 냈다고 밝혔고, 캔들우드의 부실채권 펀드 역시 11% 손실을 기록했다.
나이트헤드 캐피탈도 같은 기간 약 9%의 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고, 그 밖에 부실채권 거래에 주력하는 펀드 업체들이 눈덩이 손실을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아테미스 웰스 어드바이저스의 피터 러프 최고투자책임자는 “에너지 섹터의 부실채권 투자 손실을 앞으로도 만회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관련 업체들의 주가와 회사채 가격이 추가 하락할 여지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머드릭 캐피탈의 제이슨 머드릭 대표는 “수많은 투자자들이 커다란 손실을 봤고, 자금 회수가 지속될 것”이라며 “가까운 시일 안에 채권 가격과 포트폴리오 수익률의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편 원유 선물 시장에서 헤지펀드를 포함한 투기거래자들의 하락 베팅이 연중 최고치에 달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내주 회의를 앞두고 산유량을 줄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런던에서 브렌트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선물 및 옵션의 숏포지션이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로 상승했다.
에너지 아스펙트의 앰리타 센 애널리스트는 “투기거래자들의 유가 전망이 매우 비관적이고, 선물 옵션의 숏포지션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며 “사우디 아라비아가 감산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유가 반등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