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중국 수요 둔화에 따른 구리 값 하락이 주식과 외환시장으로 파장을 일으키는 가운데 새로운 문제가 부각됐다.
전통적으로 구리는 투자자들 사이에 글로벌 경기 향방을 예고하는 바로미터로 통했지만 이 같은 기능을 상실했다는 주장이다.
구리 <출처=블룸버그통신> |
구리 가격이 글로벌 경기의 향방을 제대로 예고했다면 같은 기간 주요국 경제가 극심한 하강 기류를 탔어야 하지만 실상 미국 경제가 완만한 성장을 지속했고, 유로존 역시 부채 위기의 급한 불을 끄고 난관을 극복하는 등 상이한 방향으로 전개됐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줄리안 제솝 이코노미스트는 “구리 가격이 더 이상 글로벌 경제의 방향을 제대로 예고하지 못한다”며 “경기를 예측하는 데 구리 가격 움직임에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2004~2008년에도 구리 가격이 장기 급등했지만 실상 글로벌 경제는 찬바람을 냈고, 미국 경제가 리먼 사태로 대공황 이후 최대 침체에 빠지는 등 탈동조화를 나타냈다고 그는 강조했다.
구리가 경기 선행지표로써 신뢰가 꺾인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대체 원자재와 새로운 기술의 등장에 따른 수요 측면의 구조적 변화와 새로운 공급원의 증가, 비용 감소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구리 가격이 중국 제조업 경기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지만 이 역시 수요에 연동한 현상일 뿐 앞으로 경기를 예고하는 것은 아니라고 캐피탈 이코노믹스는 주장했다.
한편 구리를 포함한 금속상품 가격이 일제히 내림세를 지속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구리 가격이 전날보다 2% 이상 떨어지며 파운드당 2.0065달러까지 하락해 2009년 5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구리 가격은 연초 이후 29% 급락했고, 2001년 고점 대비 57% 내렸다. 달러화가 상승하면서 상품 가격의 하락 압박을 높였다.
아연이 3% 가까이 하락했고, 알루미늄 역시 1% 이내로 떨어졌다. 납과 티타늄도 각각 2% 이내로 내림세를 나타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