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초저금리와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통화완화 정책에 기댄 회사채 시장 과열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중국 금융당국이 최근 회사채 발행 요건을 완화한 데다 인민은행(PBOC)이 추가 금리인하 및 특정 형태의 양적완화(QE)를 단행할 것이라는 기대로 채권 발행 및 매입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중국 위안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1일(현지시각) CLSA와 씨틱 증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중국 기업의 회사채 발행 규모가 약 9000억위안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56% 급증한 수치다.
특히 부동산 개발 업체들의 회사채 발행이 봇물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크레디트 스위스(CS)에 따르면 지난 7월 중순부터 10월 중순 사이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 건설 업체가 48개에 달했다.
중국 금융당국의 친화적인 정책이 회사채 시장 열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식시장 폭락으로 기업 자금 조달의 차질이 우려되자 중국 정부는 채권 발행 요건을 완화했다.
경기 둔화로 인해 기업의 현금흐름이 위축된 한편 재무건전성이 악화, 은행권 대출이 어려워졌지만 회사채 시장의 훈풍으로 숨통이 트였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정부의 우호적인 정책에 발행 요건 역시 개선됐다. 발행 비용이 홍콩보다 크게 떨어진 것.
이 때문에 유동성 문제 해소를 위해 과거 해외 자금줄을 겨냥했던 기업들이 국내 채권 발행을 선호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중국 회사채 시장 움직임에 시장 전문가들은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기업의 펀더멘털과 회사채 발행 여건의 괴리가 크게 벌어졌다는 지적이다.
CS에 따르면 2009년 이전 상장한 중국 A주 1400개 기업의 3분기 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7%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0년 이후 최악의 실적에 해당한다.
지난 여름 폭락했던 주식시장이 8월 저점 대비 18% 가량 상승한 데 대해 CS는 “주가 폭락이 펀더멘털에 비해 과장됐다면 이번 반등 역시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식시장의 펀드매니저들은 고객들에게 성장주나 투기거래자들의 트레이딩 타깃이 되는 종목보다 수익성을 갖춘 한편 배당 성향이 높은 블루칩으로 매입 영역을 좁힐 것을 권고하고 있다.
회사채 투자도 같은 맥락이라는 지적이다. 금융 당국의 통화완화 정책에 기댄 ‘사자’가 버블을 양산, 결국 투자자들에게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한 대형 자산운용사의 매니저는 “모든 투자자들이 어리석은 수건 돌리기를 하고 있다”며 “자신은 안전할 것으로 믿고 있지만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