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백현지 기자] 인기와 수익률은 별개였다. 올해 국내 주식형펀드시장에서 인기몰이를 하며 뭉칫돈이 들어온 펀드들이 정작 수익률에 있어선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운용 규모가 작은 중소형펀드가 스몰캡 효과로 수익률 고공행진을 벌이며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연초 이후 국내주식형펀드 중 '메리츠코리아'는 1조2736억원의 뭉칫돈이 몰리며 공룡펀드로 자리잡았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펀드 전체에서 5조원 넘게 자금이 이탈한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선방이다.
이어 '메리츠코리아스몰캡'펀드도 4141억원을 모으며 시장 관심을 받았고, 'KB중소형포커스'펀드에도 3851억원이 몰렸다.
하지만 이 같이 뭉칫돈이 몰린 상위 5개 펀드들은 수익률은 기대에 못미쳤다. 이들 중 수익률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펀드는 보이지 않았다. '메리츠코리아스몰캡[주식]종류A'은 수익률로는 300위권 밖에 머물렀고 'KB중소형주포커스자(주식)A Class'도 168위에 그쳤다.
그나마 '메리츠코리아 1[주식]종류A'가 21.87%의 수익률을 거두며 국내주식형펀드 중 15위를 차지하며 체면치레를 했다. '삼성중소형FOCUS자 1[주식](A)'는 26위에 랭크됐다.
오히려 수익률 최상위 펀드는 헬스케어펀드와 규모가 작은 중소형주펀드가 주류를 이뤘다. 올 한해 수익률 1위 펀드는 '동부바이오헬스케어'로 연초 이후 수익률이 48.12%에 달했다. '미래에셋한국헬스케어' 펀드 역시 44.55%의 수익률을 거뒀다. 두 펀드 모두 펀드 내 '한미약품'을 상당부분 담으며 기술수출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들 수익률 상위 10개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펀드는 모두 운용순자산이 2000억원 미만이었는데 일부 펀드는 순자산이 500억원을 밑돌기도 했다. 연초 이후 30% 이상의 고수익을 거둔 'NH-CA Allset성장중소형주', '프랭클린중소형주' 펀드는 운용순자산이 각각 400억, 200억원대다.
전문가들은 수익률 상위 펀드로 대형은행 등 판매사 추천리스트에 올라가는 순간이 해당 펀드 수익률 정점을 의미한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추천펀드에 이름을 올리기만 하면 들어오는 자금규모가 급격히 불어나지만 규모가 커지는만큼 종목 선정, 환매 대비 등 움직임이 둔해질 수밖에 없어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운용규모가) 작은 펀드는 한 종목이 튀면(수익이 나면) 펀드 수익률에 그대로 적용된다. 그래서 중소형주위주로 담는 펀드는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다. 결국 펀드 규모가 커질수록 움직임이 둔해지는데 이럴 때 수익률을 지켜내는 게 진짜 운용능력"이라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백현지 기자 (kyunj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