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권지언 뉴스핌 특파원] 미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마침내 금리 인상 결정을 내렸다. 미국의 긴축 개시 여부가 수 년째 시장 키워드로 자리잡았던 만큼 정책 결정이 내려지자 글로벌 시장 참가자들은 발 빠르게 다음 변수를 찾아 시선을 옮기고 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 <출처=AP/뉴시스> |
16일(현지시각) 재닛 옐런 연준의장은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현행 0.00~0.25%에서 0.25~0.50%로 25bp 올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9년 반 만의 금리 인상 결정으로 '제로금리 시대'는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돼 왔던 연준 긴축 개시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은 당장 이번 주로 예정된 일본은행(BOJ) 통화정책회의를 비롯해 다른 중앙은행들로 관심을 옮기는 모습이다.
이미 추가 완화 의지를 확고히 밝힌 유럽중앙은행(ECB)이나 경기 부양이 시급한 중국 및 아시아 이머징 국가들의 통화 결정은 물론 슈퍼달러 여파로 자급통화 방어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중남미 국가들의 정책 행보도 시장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연준이 긴축 첫 발을 내딛긴 했지만 정상적인 긴축 속도를 기대하기에는 미국 경제가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미국의 경제 지표에도 꾸준한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 '디커플링': 유로존, 일본, 중국, 동남아 '디플레 파이팅'
연준 긴축 개시와 더불어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 주요국 중앙은행은 미국과 상반된 통화정책 루트를 걷고 있는 ECB, BOJ, 그리고 인민은행이다.
ECB의 경우 이미 이달 초 예금금리를 마이너스 0.3%로 0.1%포인트 추가 인하하고 국채매입 프로그램 시한도 2017년 3월까지 연장하는 등 추가 부양책을 내놓은 상태다. 마리오 드라기 ECB총재는 한술 더 떠 "필요하다면 또 추가완화에 나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BOJ는 당장 17일과 18일 정책회의를 진행한다. 전문가들은 이달 회의에서는 정책 동결을 점치고 있지만 내년에는 BOJ가 추가완화 버튼을 누르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유럽과 일본의 경기 개선세가 예상보다 양호할 수 있어 내년 추가 부양책이 나오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달 블룸버그가 실시한 서베이에서 ECB가 향후 추가부양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 답한 응답자는 60%였고, 별도의 서베이에서 BOJ 추가부양이 없을 것으로 내다본 응답자는 48%로 종전 조사에서의 동일 응답비율보다 2%포인트가 높아진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성장둔화 및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중국도 인민은행이 위안화 절하를 통한 경기부양을 시도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작년 말부터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6차례, 4차례씩 각각 내리고 있는 인민은행이 내년에도 인하 조치를 이어갈 것으로 점쳤다.
이밖에 아시아에서는 연준보다 중국의 경기 둔화 직격타를 더 우려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이 금리 인하를 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판단이다.
◆ '커플링': 홍콩, 멕시코 등 라틴은 '통화 방어'
한편 연준의 긴축 개시로 달러 강세 대비 자국통화 급락을 막고자 동반 금리 인상 행보에 나설 국가들도 있다. 당장 이번 주에는 멕시코와 콜롬비아가 금리 인상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는 얼핏 보기엔 인플레 전망 낮아 금리 인하 통한 부양이 시급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투자 자금 유출이 상당히 우려되는 곳이다. 페소화 급락세도 멕시코 중앙은행에는 부담으로, 올 들어 달러대비 14% 가까이 떨어진 페소화가 연준 긴축에 따른 슈퍼달러에 상대적 약세를 보지 않으려면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조치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멕시코 중앙은행은 연준 결정에 따른 정책 조정을 꾀하기 위해 정책회의 스케줄까지 바꾼 상태로, 전문가들은 17일 회의에서 은행이 금리를 3.25%로 25bp 인상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2008년 중순 이후 첫 금리 인상 조치다.
이미 지난 석 달 연속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던 콜롬비아도 이번 주 4번째 인상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저유가 장기화와 경기 침체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올해 달러 대비 28% 가치가 추락하고 이번 주 신저점을 기록한 콜롬비아 페소화 방어가 더 시급할 것이란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 회의에서 콜롬비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5.75%로 25bp 올릴 것으로 점쳤다. 노무라는 페소화 급락으로 지난달 콜롬비아 인플레이션이 6.39%로 중앙은행 목표치의 두 배 이상 뛴 상황이라 물가를 잡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몇 달 동안은 은행이 긴축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이번 금리 인상이 칠레와 페루 등 남미 이머징 국가들의 금리 줄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연준보다는 ECB와 연관성이 높은 동유럽 국가들 대다수는 당분간 금리 동결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란 관측이다.
<출처=FiveThirtyEight> |
◆ "안도는 일러"…미국 경제도 주시
연준이 금리 인상에 나서긴 했지만 미국 경제를 둘러싼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미국 경기 회복세가 삐그덕 거린다는 신호가 감지될 경우 어렵사리 올려놓은 금리가 다시 아래로 역행할 가능성도 남아 있어 미국 경제에 대한 관심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시장은 연준 내 비둘기파(완화 주장)들이 강조해 온 인플레이션 추이에 시선을 고정시킬 전망이다. 연준이 선호하는 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가장 최근 1.3%로 집계돼 연준 목표치 2%를 대폭 밑돌고 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경우도 2% 언저리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파이브서티에이트(FiveThirtyEight)' 에디터 앤드류 플라워스는 미국 성장률이 침체 수준에서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고무적이긴 하지만 미 경제 지속가능 성장률(sustainable growth rate) 최대치가 하락추세라는 점은 연준에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회예산처(CBO)도 미국 경제가 예전처럼 빠른 성장세는 결코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플라워스는 초저금리 기간 동안 불거져 왔던 미국의 주택 및 주식시장 버블이 긴축 개시와 더불어 터지지는 않을 지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뉴스핌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