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숙혜 뉴욕 특파원] 내년 글로벌 경제 전망을 흐리게 하는 지표가 등장했다. 신흥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최근 3개월 사이 줄줄이 하향 조정된 것.
가뜩이나 중국을 필두로 이머징마켓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데다 상품 가격 하락이 관련 국가의 경제 펀더멘털에 흠집을 낸 가운데 투자자들의 경계감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17일(현지시각) JP모간이 분석하는 22개 주요 이머징마켓 가운데 21개 국가의 2016년 성장률 전망치가 최근 3개월 사이 일제히 하향 조정됐다.
구리 <출처=블룸버그통신> |
브라질과 그리스, 남아공에 대한 투자자들의 전망이 특히 비관적인 것으로 드러났고, 상대적인 저력을 인정받고 있는 인도 역시 예외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은행(IB) 업계는 브라질 경제가 내년 1.2%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0.2% 성장할 것이라는 종전 전망치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그리스의 성장률 전망치는 0%에서 마이너스 1.2%로 낮춰 잡았고, 남아공의 성장률 전망치도 종전 2.3%에서 1.6%로 수정했다.
인도의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0.2%포인트 하락한 7.4%로 조정됐고, 칠레 역시 3.0%에서 2.3%로 떨어졌다.
원자재 수출국은 물론이고 수입국까지 최근 3개월 사이 성장률 하향 조정에서 예외가 없었다고 JP모간은 전했다.
내년 상품을 중심으로 글로벌 교역이 둔화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선진국 경제의 회복이 둔화되면서 이머징마켓을 강타할 것이라는 관측이 성장률의 무더기 하향 조정의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데이비드 아세르코프 JP모간 전략가는 “내년 선진국 경제 성장이 기존의 예상만큼 강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해 이머징마켓의 성장률 전망이 선진국보다 더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됐다”고 말했다.
원자재 수입국의 성장률 하향과 관련, 그는 정책자들의 대응을 배경으로 꼽았다. 유가를 포함한 상품 가격 하락을 빌미로 정책자들이 보조금 지급 인하에 나섰고, 이 때문에 시장의 기대만큼 민가 소비가 늘어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상품 가격 하락이 일부 국가의 재정적자를 줄이는 데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이지만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결과를 가져오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일부 신흥국은 최근 인플레이션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지만 중앙은행이 금리인하로 발빠른 대응에 나서지 않았고, 이 때문에 실질금리가 상승하면서 부채 부담이 높아진 한편 자본 지출이 위축됐다고 JP모간은 설명했다.
주가 전망 역시 흐리다. IB 업계 애널리스트는 이머징마켓의 기업 주당순이익(EPS)가 지난 2월 제시한 전망치보다 37% 낮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글로벌 증시의 EPS 전망치 하향 조정 폭인 24%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JP모간의 리서치 대상에 포함된 18개 신흥국 가운데 16개 국가의 내년 기업 이익 전망치가 하향 조정됐다. 대만과 필리핀이 예외인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