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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수석” 원희룡 “도전이 없으면 성취도 없다”

기사등록 : 2015-12-22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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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지방자치 20주년, 광역단체장에게 듣다(제주지사편④)

[뉴스핌=이영태 기자] 원희룡 제주지사는 1964년 제주도 서귀포에서 태어났다. 학력고사 전국수석과 서울대 수석, 사법고시 수석, 사법연수원 수석을 차지한 ‘천재’다. 50대 초반의 나이에 검사를 거쳐 3선 국회의원을 지낸 후 도백이 됐다. 남은 야망이 있다면 대통령이 아닐까?

원희룡 제주지사가 18일 제주도청 집무실에서 뉴스핌 이영태 선임기자와 단독인터뷰를 갖고 있다.<사진=김학선 기자>

“큰 뜻을 갖고 정치하는 사람이 국회의원만 하다가 은퇴하겠다고 한다면 그게 좋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오히려 그게 문제 있다고 본다. 다른 나라 총리들, 대통령 하는 사람들 보면 다 20~30대에 꿈을 세워 그만큼 자기성장과 자기관리를 위해 모질게 최선을 다하지 않느냐. 리더십을 키워나간다는 차원에서 국가경영의 꿈을 가지고 자기를 관리하고 역량을 쌓고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이런 부분은 권장해야 한다고 본다. 저도 정치입문할 때부터 국가경영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스스로 리더십을 쌓아가야 한다고 각오를 갖고 있었다.”

대통령으로서 국가경영을 하고 싶다는 솔직한 말이다. 실제로 원 지사는 지난 2007년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서 3위를 차지한 바 있다.

그럼 차기 대선 도전은? 원 지사는 “현실적으로 정치일정과 맞물려가는 것은 제 뜻대로 욕심 갖고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시대의 흐름과 하늘의 뜻을 봐서 해야 한다고 본다”며 “현재는 제주도지사로서 도정에 전념할 때다. 제주의 변화와 혁신에 대한 도민과의 약속 이행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시험만 치르면 1등을 차지하는 원 지사라 만일 대통령을 시험으로 뽑는다면 ‘따 놓은 당상’이라는 우스개도 있다고 하자 “웃자고 하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옛날에 술을 한때 너무 많이 마셔서 이제는 잘 안된다”며 웃었다.

대통령이 되려면 그만한 됨됨이를 보여줘야 하는데 그동안 원 지사가 여권내 ‘소장파’로서 보여준 리더십은 좀 부족한 것 아니냐고 직격했다.

그는 “30~40대 나름대로 신념과 열정이 앞서서 했던 것들이 이제 성숙해져야 한다”며 “정치라는 게 혼자 하는 게 아니라 국민 다수의 합의를 이끌어내고 다수의 현실적인 지지와 인정을 받아야 대표성을 갖고 집권을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그런 시행착오의 과정을 경험으로 삼아야 한다”고 답했다

나아가 “대신 도전이 없으면 좌절이 없어서 깔끔할지 모르지만 성취도 없는 거”라며 “도전과정에서 얻게 되는 좌절이나 시행착오를 두려워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 지사는 제주도 동향인 부인과 같은 대학에서 만나 10년간의 연애 끝에 1992년 사법고시 합격을 청혼선물로 주고 1993년 결혼했다. 원 지사에게 부인은 어떤 존재인지 물었다.

“친구로 만나 결혼했는데 친구이자 동지이고, 아내이자 어머니이다. 제가 너무 많은 도움을 받고 인생의 동반자로서 너무 많은 짐을 안겼기 때문에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저도 평생 의리를 지킨다는 생각이다.”

고비는 없었냐고 묻자 “제가 한 때 너무 술 많이 먹어 많이 속상해했다”고 한다. 어느 정도 심각했냐고 파고들자 “너무 깊이 알려고는 하지 말라”며 손을 내젓는다.

‘스마트제주’란 꿈을 갖고 있는 원 지사가 그리는 정치와 대한민국 비전이 궁금했다.

“포용의 정치를 하고 싶다. 우리가 더 큰 가치를 키우기 위해서는 다양한 집단, 다양한 분야와 교류하고 반대 세력과도 대화하며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두에게 기회가 열려 있고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는 정치가 돼야 한다. 나도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에 돌을 던지고 피를 흘리며 민주화 대열에 앞장섰지만, 같은 나이에 중동에서 피땀 흘리며 일해 달러를 벌어온 선배들, 그들의 노고를 바탕으로 이룩한 현대적 산업화, 완전고용에 가까운 경제발전, 그리고 그 바탕에서 성장한 우리 기업들을 보면 무엇이 더 어렵고 가치 있었던 일인가에 대해 쉽게 답하기 어렵다. 대한민국 국민의 에너지를 살리고 통합으로 이끌어내는 정치가 돼야 한다. 상호 인정하는 것이 새로운 세계로 나가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원 지사는 블로그에서 영국 노예무역을 폐지시킨 윌리엄 윌버포스와 미국에서 노예해방을 주도한 에이브러엄 링컨을 자신의 정치적 모델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두 사람을 존경하는 이유는 “인간은 인간 그 자체로서 존중받아야 된다”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온 몸으로 구현한 정치인이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한국 정치인 중 존경하는 인물은 누구냐고 묻자 “백범 김구 선생”이라고 했다.

원 지사는 아마추어 마라토너로 지금까지 여덟 번의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최고기록 3시간 59분 43초)했다. 어린 시절 리어카에 발가락이 끼어 거의 잘릴 뻔한 사고를 당했지만 원 지사는 아마추어 마라토너의 꿈인 ‘서브쓰리’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왜?

원희룡 제주지사는 어린 시절 리어카에 발가락이 끼어 거의 잘릴 뻔한 사고를 당했지만 마라톤을 계속하고 있다.<사진=원희룡 제주지사 블로그>

“내게 마라톤은 비움, 또는 삶에 대해 겸손함을 배우는 기회다. 인생에서의 성공은 반드시 많은 부를 쌓고 더 높은 지위를 오르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달려가는 동안의 즐거움과 숨 쉬는 것의 고마움, 땀 흘리는 것의 기쁨을 알고 있다. 그래서 꿈을 꾸며 다시 길 위에서 달리고 있는 것이다.”

‘공부의 신’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원 지사에게 이 인터뷰를 보게 될 청소년들을 위한 공부의 비결을 알려달라고 했다.

“가난해서 과외를 받을 처지도 아니었지만, 우리 때는 과외를 금지했다. 스스로 공부했다. 공부할 때 집중도를 높이고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했다. 출제자 입장에서 내용을 분해하고 조립하는 훈련을 많이 했던 기억이 있다. 특히 사법고시는 채점자 시각까지 감안해서 답안을 작성해야 한다.”

◆ “제주만의 청정환경 유지하고 고급화시켜야”

제주도를 지탱하는 최대산업은 아무래도 관광이다. 최근 제주를 찾는 중국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 중국인들이 제주를 많이 찾는 이유는 무엇인지, 앞으로도 이들을 유치할 수 있는 전략을 갖고 있는지 물었다.

“중국인 입장에서 제주도의 우선적인 매력은 가장 가까운 외국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무비자에다 청정자연을 갖고 있다. 또 대다수 중국인들이 봤을 때 한국이라는 나라가 중국 전반적인 수준보다는 발전돼 있고 깨끗하다. 한국에 대한 한류열풍 이런 것들이 있어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높다. 그중에서도 제주도는 이미지가 더 높은 편이라 인기가 있다.”

이어 “앞으로도 이를 유지하려면 중국이 점점 수준이 높아가기 때문에 청정환경을 더 잘 지키면서 제주만의 매력과 수준, 고급화를 유지해야 한다. 만약 중국이 잘 살고 좋은데 세계 곳곳을 다니다보니까 옛날에는 싼 맛에 갔는데 이제 갈 필요 없다 이렇게 되면 그걸로 끝이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청정환경을 잘 지켜야 하고 또 제주만의 매력을 높여야 한다. 이는 먹을 것과 문화 이런 모든 부분에 해당된다. 그리고 고급화시켜야 한다. 그냥 싼 맛에 오고 강제쇼핑하는 관광의 폐해를 극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반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원 지사만이 알고 있는 제주의 명소와 맛집을 알려달라고 했다.

“아내와 함께 갔던 추억이 있는 구좌읍 교래리에 위치한 제주돌문화공원을 추천해주고 싶다. 주변에 교래자연휴양림 에코랜드테마파크 제주마방목지 사려니숲길 등이 분포해 있다. 제주문화와 제주 자연이 가져다주는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아니면 무작정 차를 타고 한적한 제주의 산자락, 오름을 가보길 바란다. 누가 가르쳐준 곳이 아니라 자기 마음이, 자연이 손짓하는 대로 간다면 제주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맛집은? “맛집 소개는 정말 곤란하다. 도지사가 언급하지 않은 맛집들이 가만 있겠나. 한 가지 팁은 줄 수 있다. 요즘은 워낙 정보 통신이 발달했기 때문에 도민들이 즐겨찾는 소박한 식당을 찾아가면 실망하지는 않을 것 같다.”

원 지사는 “맛집을 몇 번 소개했다가 항의를 많이 받아 자제하고 있다”며 “뜻하지 않은 부작용들이 있었다. 워낙 민감하다”고 덧붙였다.

인터뷰를 마친 뒤 점심식사를 위해 찾은 식당주인에게 원 지사에 대한 평판을 묻자 “잘 하고 있는 편이다. 대통령을 시험으로 선출하면 아마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며 미소를 짓는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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