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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2016] 정치1번지 종로....민심은 싸늘

기사등록 : 2016-01-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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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집 아닌 내 집 마당 빗질할 사람 뽑겠다"

[뉴스핌=정재윤 기자] # 지난해 12월30일 오후 3시경 서울 종로구 효제파출소 앞. 파출소 개소식이 있는 이곳에 검은 카니발 차량이 멈추고 문이 열렸다. 파란 점퍼를 입은 박진 전 국회의원이 급히 내려 합류한 뒤 커팅식이 시작됐다.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함께 모였다. 

“아이고, 라이벌끼리 서 있네.” 개소식에 참석한 주민이 한 마디 던졌다. 세 사람은 모두 제20대 국회의원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종로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정치 1번지’ 종로에 출사표를 던진 경쟁자들이다.

세 사람은 각자 옆에 서 있는 종로구청장, 종로구의회의장 등 관계자들과는 화기애애하게 담소를 나눴다. 하지만 개소식 내내 세 사람 사이의 대화는 없었다. 축사는 정세균 의원, 오세훈 전 시장, 박진 전 의원 순으로 진행됐다. 축하 다과회가 끝난 후에도 각자 명함을 돌리며 주민들에게 악수를 청하는 데 집중할 뿐이었다. 세 사람은 인사 없이 헤어졌다.

종로구 효제파출소 개소식에 모인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박진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 <사진=정재윤 기자>

 세 사람은 최근 활발히 ‘지역구 스킨십’을 벌이며 민심잡기에 나서고 있다. 오세훈 전 시장은 하루에 일정을 얼마나 소화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뭐, 대중없다. 하루에 열군데 이상씩은 다닌다”라고 답했다. 최근 혜화동 아파트로 이사한 오 전 시장은 경로당 방문 등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박진 전 의원도 마찬가지다. 박 의원은 “차에서 이동하면서 도시락으로 식사를 한다”며 빈 도시락 곽을 보여줬다. 동숭동에 거주하는 박 의원은 자택 인근의 낙산공원을 자주 오르며 주민들과 인사를 나눈다고 한다.

정세균 의원 또한 녹색어머니회 활동 참여, 초등학교 방문 등에 나서고 있다. 주말에도 지역구 일정이 있다고 측근은 귀띔했다.

◆ "말로만 정치 1번지, 지역개발 정책 내놔야" 

종로구 주민들이 이들을 보는 시선은 싸늘했다. 취업준비생들이 모인 대학로 주변 대학생들은 "누가 출마하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명륜동에 거주하는 대학원생 김 (26세)씨는 “사실 현 종로구 의원이 누군지 모르겠다. 내년에 누가 출마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혜화동에서 부동산중개사무소를 하는 한모(59세)씨는 "누가 돼도 이 지역이 달라질 게 없을 것 같아서 기대도 안 되고 관심도 없다”고 답했다.

한 씨는 “종로 같은 데 나오는, 중진의원이라고 하죠? 국회의원 오래한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중앙 정치만 기웃거리지 지역에는 관심이 없어"라고 혀를 찼다.

그러면서 "종로는 말로만 정치 1번지죠. 다들 자기 이득, 대권을 위해서 종로에 나오잖아요. 대선 나오려는 거물 인물 다 필요 없고, 지역에서 진짜 일할 사람이 있어야 돼. 내 집 마당을 안 쓸면서 남의 집 마당을 쓸려고 하면 되겠어요?” 목소리를 높이던 한 씨는 “아이고, 열불나네.” 하고 말을 마치고는 멋쩍게 웃었다.

종로구 창신동 동문시장. <사진=정재윤 기자>

창신동 동문시장에서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최모(63세)씨는 창신동에서만 27년을 살았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종로를 거쳐 간 거물 국회의원들의 이름을 막힘없이 읊었다.

“정치1번가라고 뭐 정대철, 정인보, 이명박, 노무현, 박진, 정세균 이런 사람들 다 나왔었지. 근데 거쳐가면서 뭐 한 게 없어. 자기 입지만 강화시키려고 씨부려쌌지. 종로는 발전하는 게 없어요. 서울 한복판 노른자위 땅인데도 도심만 벗어나면 죄 판자촌이고. 내가 27년 간 창신동을 살면서 동네가 발전한다는 생각을 안 해봤어.”

종로는 오래전부터 ‘정치 1번지’라고 불리며 여야를 막론하고 거물 정치인들이 경쟁을 벌이던 곳이다. 윤보선,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이 종로구 국회의원을 거쳐 대통령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종로구민들은 하나같이 ‘정치 1번지는 다 필요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지역발전에는 관심 없는 정치인들 때문에 피로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지역 정책’이라는 말을 한 마디씩은 꼭 꺼냈다.

연건동에서 50년째 살고 있다는 송모(77세)씨는 “이제까지는 거물이 나와서 ‘나 나왔다’하면 찍어줬을지 몰라도,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지”하고 웃었다.

사직동 주민 염(70세)씨도 “정치 1번지, 문화 1번지 종로라면서 지역개발정책은 수준이 낮다”며 “여기는 골목골목마다 역사가 있는 동네에요. 이런 걸 잘 살려서 사업을 해야지. 여기 사직동만 해도 음악가며 화가 생가가 얼마나 많은데. 지금은 문화를 보여줄 만한 게 없어. 관광코스가 있다고 해도 죄 술집 카페 옷가게들만 들어오고 말이야”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재윤 기자 (jyju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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