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에라 기자] '1900 밑에서는 사고, 2000 이상에서는 팔아라.'
지난 2011년 이후 4년여간 코스피가 1850~2150 박스권에 머물자 증시 주변에서는 이같은 투자전략이 자연스레 형성됐다. 일각에서는 '박스피(박스권+코스피)'라는 용어를 쓰기도 한다.
11일 코스피가 1900선 밑으로 떨어지자 다시 매수 타이밍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바닥이 어디인지는 불확실하나 박스권을 염두에 둔 분할매수 전략이 유효하다는 것.
특히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를 제외하고는 코스피가 주가순자산배율(PBR) 1배를 밑돌 때 매수하면 반드시 이익을 거뒀다는 경험칙도 이같은 의견을 뒷받침하고 있다. 코스피 1880선이 PBR 1배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분할매수펀드는 일정한 시기를 정해놓고 주식을 나눠 매입하는 운용전략을 쓰는 펀드다. 일정한 수준으로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주식을 사서 적립식 투자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상품.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약 30여개의 분할매수펀드 평균 수익률(8일 기준)은 -2.13%로 같은 기간 주식형펀드 평균 성과(-2.71%)보다 양호했다.
올해 이들 펀드에 들어온 자금은 약 10억원 규모에 불과하지만, 최근 증시가 1900선이 아슬아슬해지자 분할매수펀드에 대한 문의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근수 한국투자증권 상품전략부 부장은 "지수 바닥을 확신할 수 없지만 박스권 장세에서 대안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최근 들어 투자자들의 가입 문의나 관심이 특히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공모형 분할매수 펀드 가운데 NH-CA Allset스마트인베스터5.0분할매수증권투자신탁[주식혼합-재간접형]의 운용 규모가 360억원대로 가장 크다. 키움Smart Investor분할매수증권자투자신탁 1[주식혼합-재간접형]이 171억원이다.
이들은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주로 투자한다. 펀드 순자산 총액의 20%를 ETF에 투자하고, 코스피200 가격변동에 따라 일정수준의 수익이 발생하면 주식 비중을 20%로 다시 재조정한다.
NH-CA Allset스마트인베스터5.0분할매수증권투자신탁[주식혼합-재간접형]의 경우 4% 수익을 달성할 경우, 키움Smart Investor분할매수증권자투자신탁 1[주식혼합-재간접형]은 5% 달성할 경우 초기 비중으로 조정하는 것.
스마트인베스터5.0분할매수펀드의 운용역인 김주인 NH-CA자산운용 퀀트운용본부 차장은 "코스피200지수가 기준지수 보다 위아래로 1.5%씩 상승하거나 하락할 경우 2.5% 수준으로 분할해 매수한다"며 "목표수익률 4%에 도달하면 분할매수를 멈추고 다음날 코스피200지수 시초가를 다시 기준으로 설정한다"고 설명했다.
문수현 NH투자증권 WM리서치부 과장은 "지수가 상승할 때보다 하락할 때 추가 매수하는 금액이 크다"며 "가격변동에 의한 매입단가 분산효과는 물론 저가매수에 따른 평균매입단가 하향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모펀드 외에도 사모펀드나 랩 등을 통해 분할매수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한가람투자자문에서 자문하는 목표수익형 랩 상품 등을 판매 중이다. 이 랩은 코스피 1900포인트 이하 구간에서는 주식 비중을 확대한다.
전문가들은 시장 변동성이 크지만 추가 낙폭이 제한적인 장세에서 분할매수상품을 활용하라고 전했다.
전현철 펀드온라인코리아 영업부 과장은 "분할매수펀드는 향후 시장이 오르기보다는 좀 더 빠질 수 있어도 저점이라고 생각될 경우 활용할 수 있다"며 "추가 변동성이 예상되지만, 리스크를 줄이고 싶은 투자자들이 분할매수 상품으로 단기 트레이딩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김주인 차장도 "시장이 위쪽으로만 갈 때보다 특정한 박스권에서 반복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장에서 분할매수펀드 투자가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