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중국발 충격이 아프리카 대륙을 강타했다. 남아공의 랜드화를 필두로 주요국 통화가 일제히 사상 최저치로 내리 꽂히고 있다.
원유를 포함한 원자재 중국 수출이 꺾일 것이라는 우려가 통화 하락은 물론이고 실물경제까지 도미노 파장을 일으키는 양상이다.
11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남아공 랜드화가 장중 달러화에 대해 10% 급락한 뒤 낙폭을 일부 축소했다. 지난해 8월 중국 증시 혼란이 본격화된 이후 랜드화는 30% 떨어졌다.
중국 칭다오 항에 수입된 철광석 <출처=신화/뉴시스> |
원유와 그 밖에 원자재의 중국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경제 구조로 인해 중국발 충격이 더욱 크게 강타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중국에 원유를 수출하는 앙골라의 콴자 역시 이달 들어서만 15% 내리 꽂히며 사상 최저치로 밀렸다. 구리 수출국인 잠비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잠비아의 통화 크와차는 지난해 11월 사상 최저치에서 반등했으나 재차 밀리고 있다.
중국의 원자재 수출 규모가 크고 통화 거래가 비교적 자유로운 국가일수록 극심한 타격을 맞았다고 업계 전문가는 전했다.
문제는 통화 가치 하락이 실물경제로 악순환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잠비아의 광산 업계는 이미 수천명에 달하는 감원을 단행했고, 이는 내수 경기를 냉각시키고 있다.
앙골라와 나이지리아에서는 원자재 업계의 매출이 급감한 데 따라 정부의 세수 역시 동반 하락, 교사와 간호사까지 임금 체납 문제가 날로 악화되고 있고 석유 보조금 삭감 압박이 높아지고 있다.
마이크 키넌 바클레이즈 애널리스트는 “정책자들은 머지 않아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놓일 것”이라며 “고통스러운 긴축을 단행하거나 여론을 의식해 정책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실물경기의 악화를 용인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가 긴축 결단을 내리지 못할 경우 통화 가치의 추가 급락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남아공은 불과 4일 사이 두 명의 재무장관을 해임했다. 투자 심리가 급랭한 데 따른 조치였다.
하지만 연이은 장관 교체에도 남아공은 금융시장 혼란과 실물경기 하강에 대해 이렇다 할 해답을 찾아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보다 유연한 환율제도를 통해 외부 충격에 따른 영향을 다소 완화할 수 있다고 조언한 바 있다.
한편 이날 구리 가격은 중국의 주가 급락 및 경기 둔화 우려에 따라 2009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런던금속거래소에서 구리는 장중 톤 당 4381달러까지 하락해 2009년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 역시 배럴당 30달러 선이 위태로운 상황을 연출했고, 모간 스탠리가 이날 배럴당 20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