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승환 기자] 중국 증권 당국이 시장 안정화를 위해 내놓은 대규모(대주주) 지분 매도 제한 조치의 허점이 드러나며 A주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장사들의 주요 지분 매도 창구인 '블록딜(매도·매수자 간 대량 주식 매매)'에 대한 규제가 포함되지 않아 사실상 반쪽짜리 증시 부양책에 머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유력 경제매체 21세기경제보도는 지난 12일 "상장사들의 대규모 지분매도가 주로 이뤄지는 블록딜이 이번 주요주주 지분 매도 제한 범위에 빠져있다"며 "이를 통한 간접 매도의 여지가 커 사실상 앞문을 닫고 뒷문만 열어준 꼴"이라고 지적했다.
블록딜이란 증권거래소가 정해진 시간에 대량의 주식을 보유한 매도자와 이를 매수할 수 있는 매수자 간에 거래를 체결시켜 주는 제도다. 대규모 지분을 일시에 매각할 경우 예측할 수 없는 가격변동과 물량 부담 등을 줄이기 위해 도입됐다.
지난 7일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는 증시안정화의 일환으로 주요주주들의 대규모 지분 매도 제한 수정안을 내놨다.
이날 새롭게 발표된 지분 매도규정에 따르면 중국 증시 상장사 주요 주주들은 향후 3개월간 해당 상장사 발행 주식 총수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자사 지분을 매도할 수 없다.
<사진=바이두(百度)> |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A주 상장사들의 주요 지분 매매 통로인 블록딜이 조치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장내 지분 매도가 막힌 주요 대주주들이 블록딜을 통해 간접적으로 매도 물량을 쏟아 낼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중국 매일경제에 따르면, 지난 한해 중국 A주의 주요주주들은 총 368억주 규모의 자사 지분을 팔아 치웠다. 이중 48%에 해당하는 187억8800만주가 블록딜을 통해 제3자에게 인계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장내를 통해 소화된 주요주주들의 매도물량은 전체 유통주식의 0.7%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해 중국 흥업증권은 "블록딜을 통해 싼가격에 주식을 인계 받은 제3자가 장내에 해당 주식을 내다 팔 경우 사실상 이 조치는 무의미해진다"며 "대주주들의 대량 매도로 인한 수급압박을 완화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새로운 지분 매도규정이 시행된 지난 10~11일 이틀간 5곳의 상장사가 블록딜을 통해 대규모 지분 매각 계획을 공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IT 업체 조일과기(兆日科技, 300333)의 경우 오는 7월까지 자사 지분의 10%를 매도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신문은 업계 관계자를 인용 "지난 6개월간 매도제한으로 묶여있던 주요주주들의 지분이 시장에 풀리면 가뜩이나 상황이 어려운 중국증시에 부담을 더 가중시킬 것"이라며 "이에 대비하기 위한 더 철저한 조치가 필요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이승환 기자 (lsh8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