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태희 기자] 정부는 신약개발 관련 규제를 풀고 보험약가 우대 등 인센티브를 줘서 '제2·제3의 한미약품'을 육성한다는 계획이지만 제약업체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수년간 많게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돈을 연구개발(R&D)에만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R&D 세액 공제만 확대돼도 숨통이 틔인다는 게 제약업체의 목소리다.
지난해 한미약품은 8조원대 기술수출 계약을 맺으며 제약업체 뿐만 아니라 기업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정부는 '제2·제3의 한미약품'이 나올 수 있도록 관련 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에 있는한미약품 본사의 모습 /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18일 제약업계는 복지부가 내놓은 바이오제약 육성 방안엔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내용이 부족하다는 분위기다. 신약의 보험약가를 우대한다는 등의 '당근'이 담겨 있지만 현장이 가장 필요로 하는 고갱이는 아니란 설명이다.
특히 이 당근을 먹으려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 받는 신약을 개발해야 하는데 신약을 만들기까지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막대한 돈을 수년간 투자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정부 지원책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게 제약사의 설명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약가우대나 신약 심속 심사제 등을 시행하면 당연히 도움이 된다"고 강조하면서도 "될지 안 될지 안 되는 아무도 모르는 신약의 개발에 몇년씩 투자해야 하는데 정부가 R&D 투자금 세액 공제를 확대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제약사는 R&D 투자금의 20%만 세액 공제를 받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2015 세법개정'을 보면 신성동력산업 및 원천기술 연구개발비 항목에서 중소기업은 30%, 일반기업은 20%를 공제 받고 있다. 또 올해부터 R&D 설비 투자 때 대기업은 1%, 중견기업은 3%, 중소기업은 6% 공제율이 적용된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2%포인트, 중소기업은 4%포인트 떨어졌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수백억원을 R&D 투자에 사용하다 보면 법인세가 미납될 때가 있는데 법인세 등 세금 감면만 확대돼도 지금보다 투자 환경이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해외에선 많게는 신약 R&D 투자금의 130%까지 공제해주고 있다. 지난 2013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인 낸 '제약산업 정책금융 및 세제 지원 방안' 보고서를 보면 미국은 희귀병 임상실험에서 발생한 비용의 50%까지 세액공제를 해준다. 캐나다는 자국 기업에 한해 최대 35%까지 공제를 해준다. 영국은 대기업이 쓴 R&D 비용의 130%(중소기업은 최대 225%)를 소득에서 공제해준다. R&D에 실제 100억원을 투자했다면 130억원을 쓴 것으로 간주하고 세금을 계산한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현장에선 R&D 투자에 대한 세금 감면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계속 내고 있다. 이경호 한국제약협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R&D 지원금 확대와 R&D 투자에 대한 세제 감면 등 신약 개발을 장려하는 등 보다 강력한 정부의 추진 체계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