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이머징마켓의 자금 조달 비용이 5년래 최고치로 뛰었다. 여기에 대다수의 통화가 기록적인 약세를 나타내고 있어 기업들의 외화 자금 확보가 난항을 맞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머징마켓의 신용 경색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각) JP모간의 집계에 따르면 신흥국의 달러화 표시 국채 발행 평균 금리가 6.7%까지 상승해 지난해 5.3%에서 크게 뛰었다.
달러 <출처=블룸버그통신> |
미국 국채 대비 이머징마켓 채권의 리스크 프리미엄 역시 이른바 테이퍼 발작과 유로존 부채위기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일부 신흥국의 경우 조달 비용이 두 배 뛰었다. 가나의 2026년 만기 채권 수익률이 지난해 8.41%에서 최근 15.10%로 상승해 회사채 차환 발행이 커다란 난관을 맞은 상황이다.
글로벌 증시의 폭락 속에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회피 움직임이 극도로 고조되면서 이머징마켓 채권에 ‘팔자’가 쏟아진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남아공과 브라질 등 통화 가치 하락이 두드러진 국가의 기업들의 경우 사실상 달러화를 포함한 외화 표시 채권 발행이 막힌 실정이다.
프랭크 니콜라스 나티시스 애셋 매니지먼트 투자 헤드는 “이머징마켓의 신용 경색이 우려된다”며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이머징마켓 자산에 대한 수요가 대단했고, 상당수의 자산 가격이 부풀려졌지만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번드 버그 소시에테 제네랄 이머징마켓 전략가는 “유가 전망이 비관적일 뿐 아니라 국제통화기금(IMF)이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데 따라 신흥국 채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매도가 공격적”이라고 설명했다.
IMF는 19일 중국의 경기 둔화 및 상품시장 약세를 근거로 올해 글로벌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6%에서 3.4%로 낮춰 잡았다.
애덤 슬레이터 옥스포드 이코노믹스 대표는 “금융시장은 말하자면 실상 조사에 착수한 셈”이라며 “글로벌 경제가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의 성장률 둔화를 소화해 낼 수 있을 것인지 여부를 진단하기 위해 투자자들이 머리를 싸맨 상황”이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전세계 경제가 침체로 빠져드는 것인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업계에 따르면 2014년까지 10년간 이머징마켓 회사채 시장은 4조달러에서 18조달러로 4배 이상 팽창했다.
특히 지난 2010~2014년 사이 이머징마켓 채권시장은 미국을 필두로 한 선진국의 통화완화에 기대 폭발적인 외형 성장을 이뤘다. 이에 대해 국제결제은행(BIS)를 포함한 기관들이 금융 시스템 위기 가능성을 수 차례 경고한 바 있다.
몸집을 한계 수위까지 불린 상황에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의 성장 둔화가 이중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편 JP모간이 집계하는 이머징마켓 통화 지수는 올들어 3.7% 하락했다. 통화 가치 하락은 금리 상승과 함께 기업들의 외화 자금 조달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