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이 3월 양적완화(QE) 확대 가능성을 시사한 데 따라 국제 유가가 반등했지만 이른바 상품통화는 약세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 루블화를 필두로 브라질 헤알화와 멕시코 페소화, 캐나다 달러화까지 관련 통화가 홍역을 치르고 있다.
러시아 루블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연초 이후 브렌트유가 25% 이상 떨어진 가운데 러시아 루블화가 21일(현지시각) 장중 한 때 달러화에 대해 5% 이상 떨어진 뒤 낙폭을 축소했고, 브라질 헤알화도 2% 가까이 내렸다.
이들 통화는 특히 브렌트유 등락에 민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루블화는 올들어 15% 급락했고, 헤알화는 5% 가까이 내렸다.
멕시코 페소화와 아시아 신흥국 통화 역시 하락 압박을 받았다.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지역의 통화가 특히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톰 레빈슨 스베르뱅크 외환 전략가는 “루블화의 경우 유가보다 더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며 “낙폭이 과도한 만큼 상황이 바뀔 때 강한 반등이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시장 전반의 반응은 차갑다. 씨티그룹은 연초 이후 이머징마켓 외환 및 신용시장 움직임은 투자자들의 강한 경계감을 반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캐나다 달러화도 유가 하락에 따른 직격탄을 맞았다. 저유가로 인해 실물경기가 둔화되는 움직임을 보이자 캐나다 달러화에 대한 ‘팔자’가 크게 늘어났다.
이에 따라 캐나다 달러화는 연초 이후 6%에 이르는 낙폭을 기록했다.
러시아 루블화 역시 추가 하락을 보일 여지가 높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난달 제시한 러시아 예산안은 국제 유가를 배럴당 50달러로 전제하고 산정됐지만 최근 유가가 이와 커다란 괴리를 보이고 있어 예산 삭감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의 시장 개입 효과가 미미하더라도 ‘행동’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루블화 하락에 제동을 걸기는 어렵지만 매도를 일정 부분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미 일부 중앙은행은 적극적인 개입에 나섰다. 브라질과 캐나다 캐나다의 기준 금리 동결이 대표적인 사례다.
리 하드만 도쿄 미츠비시 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캐나다를 포함한 일부 상품 수출국의 중앙은행이 통화 가치 하락에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다”며 “전반적인 통화정책이 경기 부양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성장률 및 인플레이션 상승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3월 인도분은 4% 이상 오르며 배럴당 29.53달러에 거래됐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