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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강필성 박예슬 기자] 최근 유통·식품업계에서 러시아 시장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미 치열한 경쟁이 진행되는 중국·동남아 시장과 달리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러시아 시장은 유럽, 미국 등 서구권 국가로 진출할 수 있는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국내 유통·식품업계의 테스트 베드(Test Bed)가 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에서 가장 큰 공을 들이는 곳은 롯데그룹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우호훈장(오르덴 드 루즈뷔)을 받았을 정도. 이 훈장은 러시아가 외국인에게 수여할 수 있는 최고 훈격의 훈장으로 꼽힌다.
롯데그룹은 2007년 롯데백화점, 2010년 롯데호텔이 차례로 러시아 모스크바에 문을 열었고 같은해 롯데제과가 칼루가주에 초코파이 공정을 설립했다.
현재까지 롯데그룹이 러시아에 투자한 자본은 약 10억달러. 롯데그룹은 2018년까지 5억달러를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다.
롯데그룹이 현재까지 거둔 수익은 거의 없다. 러시아내 백화점과 호텔, 제과 법인을 거느린 지수회사 격의 법인 롯데유럽홀딩스(Lotte Europe Holdings B.V)는 현재까지 수익을 내지 못하고 고전 중이다.
그러나 롯데호텔이 러시아 고급호텔 순위 1위로 꼽히고 있고 백화점 부문이 손익분기점을 앞두는 등 기대감이 높다는 게 롯데그룹의 설명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루블화 가치 하락 때문에 손실이 더 커진 것으로 보이지만 러시아 내 ‘롯데’ 브랜드 인지도가 확대되고 있고 실적도 개선되는 중”이라며 “러시아는 주요 해외 전략지역으로 호텔의 추가 오픈 등 다양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이 이처럼 러시아에 각별한 애정을 보이는 것은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아직 우리 경제의 대러시아 무역규모는 전세계 무역상대국 중 15위 정도에 그치지만 이미 성장세가 주춤한 중화권·동남아에 비해 아직 유럽, 미국을 넘볼 수 있는 동시에 경쟁력이 있는 ‘미지의 지역’이라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더불어 막대한 인구, 저평가된 루블화 가치로 투자가 용이한 점 등도 국내 기업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러시아에서 돋보이는 실적을 기록하는 기업들도 많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4월부터 레토르트 간편밥 제품인 ‘햇반 컵반(Хэтбaн Копбaн)’이 ‘대박’을 쳤다. 사할린, 블라디보스토크 등 주요 도시의 50개 소매점에서 판매되면서 매월 매출이 20%씩 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현지에서 가장 잘 나가는 메뉴는 ‘미역국밥’과 ‘양송이 하이라이스’”라며 “러시아에서도 쌀밥을 즐겨 먹고, 고깃국밥 형태의 음식을 자주 먹기 때문에 현지에서도 한국식 햇반 메뉴가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팔도는 러시아의 고전적인 ‘강자’로 꼽힌다. 지난 1997년부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사무소를 연 이후 2000년대에 들어 공장을 짓고 직접 열고 ‘도시락면’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90년대 초 부산항에 온 러시아 선원들 사이에서 알려진 도시락면은 이제 러시아에서 ‘컵라면’을 지칭하는 일반명사가 될 정도로 널리 알려졌다. 포크가 들어 있다는 점 때문에 시베리아 횡단열차 내에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식사로 사랑받으며 현지 용기면 시장 점유율 60%를 차지하고 있다.
오리온의 ‘초코파이’도 러시아의 대표적인 히트작이다. 90년대 보따리상인들을 중심으로 초코파이가 알려지면서 지난 1993년 아예 본격적으로 현지에 진출한 이래 꾸준히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오리온에 따르면 초코파이의 지난해 1월부터 11월 기준 누적 매출은 147억원. 지난 2010년부터 오리온의 연 매출 성장률은 평균 20%를 상회한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하지만 러시아 시장이 해외 진출에 용이한 시장인 것만은 아니다. 한국무역협회는 러시아의 식음료 시장은 불확실한 정치, 경제적 상황과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민간소비 위축으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특히 최근 유가 하락으로 인해 루블화의 가치하락은 러시아 수출업체에 직접적인 타격으로 나타나는 중이다. 최근 3년간 우리나라의 대러시아 수출 규모 증감률은 2013년 전년대비 0.5%에서 2014년 -9.1%, 2015년에는 -53.7%로 내림세를 보였다.
하지만 시장규모 자체는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봤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러시아의 2014년 기준 1인당 식품소비는 전년대비 9.4%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오는 2018년까지 연평균 8.6%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이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