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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포럼] "중앙은행, 시장 못 구한다"

기사등록 : 2016-01-23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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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업계 구루들 현금 확대 주문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중앙은행이 더 이상 시장을 구할 수는 없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한 투자 구루들이 이구동성 내린 결론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3월 양적완화(QE) 확대 발언에 상품과 주식시장이 급반전을 이뤘지만 실상 중앙은행의 힘이 다했다는 것이 투자가들의 냉정한 진단이다.

다보스 WEF 행사장 입구 <출처=블룸버그통신>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으로 주식부터 부동산까지 거의 모든 자산시장에 가격 왜곡이 발생했고, 걷잡을 수 없는 변동성과 폭락을 중앙은행의 호령으로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다.

투자 업계의 ‘큰손’들은 게임에 뛰어들지 않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금 비중을 늘려야 할 때라는 조언이다.

유럽 보험사 제네랄리의 니킬 스리니바산 최고투자책임자는 “지금부터 자산 운용은 가능한 한 현금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며 “주식시장이 앞으로 15~20% 추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기적에 대한 기대를 이제 버려야 한다”며 “미국부터 유럽까지 각국 중앙은행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머니 프린팅’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없고, 재정정책 수단으로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악셀 베버 UBS 회장 역시 한목소리를 냈다. 그는 “ECB가 원하는 정책을 무제한적으로 시행할 수는 있겠지만 QE를 통해 이룰 수 있는 효과는 지극히 제한적”이라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회사 대표는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잘못된 자산 가격”이라고 강조했다.

다보스에 모인 금융업계 경영자들은 선진국 경제가 둔화되고 있을 뿐 아니라 중앙은행이 취할 수 있는 대응책이 거의 없다는 데 인식을 함께 했다.

오히려 기존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에 따른 부작용이 금융시스템과 실물경제에 타격을 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네덜란드의 경우 마이너스 금리로 인해 대출 자금원이 바닥을 드러낸 실정이라고 랄프 해머스 ING 은행 회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권이 유동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동원하지 않는 신용 라인 확대 카드에 나서는 상황이며, 이는 잠재 폭탄을 설치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얘기다.

투자가들은 미국과 그 밖에 서구 선진국의 3~4% 성장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과거 기록일 뿐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는 “앞으로 글로벌 경제에 대한 기본 시나리오는 일본이 거쳐온 발자취”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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