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서울 김사헌 기자] 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 예금 금리라는 예상치 못한 추가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명목상 조기 물가안정 달성을 추구하지만 다시 엔저를 가속화하는 통화전쟁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29일 BOJ는 성명서를 통해 "2% 물가안정 목표를 가능한 조기에 달성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기존의 0.1%에서 마이너스 0.1%로 내리는 마이너스금리와 함께 양적·질적 금융완화정책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양적, 질적 그리고 금리 등 3차원 완화정책 수단을 활용해 완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결정은 2010년 10월 이후 첫 금리 인하로, 찬성 5표, 반대 4표로 내려졌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사진 : XINHUA/뉴시스] |
BOJ는 기업 신뢰도를 끌어 내리고 디플레이션 불안감을 부추기는 글로벌 금융혼란 리스크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며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예금 금리 도입 결정 배경을 밝혔다.
성명서는 "일단 금융기관이 보유한 일본은행 당좌계정에 마이너스 0.1%의 금리를 적용하되, 필요하다면 마이너스 금리 폭을 더 확대할 수도 있다"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기존 연 80조엔이던 자산매입 규모는 찬성 8표, 반대 1표로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 정책은 양적인 면에서는 본원통화가 연간 80조엔 속도로 증가하도록 조절하고, 질적인 측면은 장기국채 보유잔액을 연간 80조엔 증가하도록 매입하되 수익률곡선 전반의 하락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유연하게 운영하며 매입 평균 잔존만기를 7년~12년 정도로 하는 것 등으로 이루어진다.
BOJ는 앞서 별도로 발표된 경제 및 물가전망 보고서에서 물가 및 성장률 목표치도 조정됐다. BOJ는 2% 물가목표 달성 시점이 2017년 3월에서 10월 사이일 것이라며 종전보다 6개월 더 늦춰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013년 4월 BOJ가 통화완화를 처음 시행할 당시 은행은 2% 물가 목표를 2년 내로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목표 시점은 작년 10월 한 차례 연기됐으며 이번에 또 다시 미뤄진 것이다.
올 4월부터 시작될 2016/2017 회계연도 중 근원CPI 상승률 전망치 중간값은 0.8%로 작년 10월 제시된 1.4%에서 후퇴했다. BOJ가 물가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은 작년 6월과 10월 이후 세 번째다.
다만 2018년 월 끝날 회계연도 중 CPI 상승률은 1.8%로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 달러/엔 120엔 '껑충'...금융주는 '날벼락'
BOJ의 추가완화 서프라이즈에 엔화는 가파른 약세를 연출했다. 일본 증시는 추가 완화 소식에 급등세를 연출했지만 마이너스 금리 직격타를 맞은 금융주들은 폭락하는 등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통화정책 발표 직후 121.35엔까지 올랐던 달러/엔 환율은 한국시간 기준 오후 2시23분 현재 120.31엔으로 전날보다 1.27% 상승한 수준을 기록 중이다.
엔화 약세와 추가 부양 기대감에 힘입어 닛케이지수는 전날보다 2.3% 오른 1만7423.95엔을 기록 중이며, 토픽스지수는 2.15% 뛴 1422.06을 지나고 있다.
BOJ 정책 결정 전까지만 해도 소폭 상승하던 미쓰비시금융지주 주가는 정책 발표 이후 9% 가까이 밀렸고, 미즈호금융지주도 5% 넘게 내렸다. 일본우정은행은 국채금리가 0.1% 아래로 떨어지자 주가가 10% 폭락했다.
이날 BOJ는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 중인 스위스나 스웨덴, 덴마크와 마찬가지로 금융기관들의 자본여건에 따라 마이너스, 플러스, 제로 수준의 '3중(three-tiers)' 금리 시스템을 발표했다.
먼저 기존에 보유한 지준 잔액 즉 2015년 1월~12월 기간 동안 평균 기준잔액으로 계산한 기초잔액에 대해서는 0.1%의 플러스금리를 적용하고, 이어 매크로 가산 잔액, 즉 증가가 필요한 지급준비금과 대출지원기금과 재해지역 금융기관지원 자금을 받는 경우의 잔액 그리고 중앙은행 당좌예금 잔액이 거시적인 요인으로 증가하는 경우 등에 한해서는 제로금리를 적용한다. 이어 이들 두 가지 외에 추가로 늘어나는 잔액에 대해서는 마이너스 0.1% 금리를 적용하게 된다.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자금을 예치하지 않게 하기 위한 마이너스 금리 제도가 은행들의 실적에 미칠 타격을 최소화 하기 위해 다중 금리 시스템이 마련된 것이지만 당장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 받게 될 기관들을 중심으로 주가가 타격을 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아시아 통화전쟁 촉발하나
일각에서는 일본은행의 과감한 마이너스금리 정책 도입으로 인해 다시 새로운 '엔저' 시기가 펼쳐지면서 주변국 중앙은행의 동반 금리인하를 부르는 '통화전쟁'을 예상하고 있다.
노무라증권의 분석가들은 이날 즉시 논평을 통해 "이미 올해 한국과 대만 그리고 태국 중앙은행이 50bp(1bp=0.01%포인트)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그 시점이 좀 더 앞당겨질 것으로 본다"고 의견을 냈다. 이어 "싱가포르 통화청도 NEER 정책 왼화를 이르면 4월에 늦어도 올해 안으로 실시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날 역외시장의 위안화도 6.6528위안까지 약세를 보이는 등 통화전쟁의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김사헌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