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희준 기자]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철밥통'과 '고액연봉'의 대명사인 금융공기업의 보수체계에 강력한 메스를 들이댄 것은 이들 공기업의 보수체계가 연공형과 집단평가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성과에 따른 보상체계가 미흡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자료=금융위> |
1일 금융당국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기업은행과 예탁결제원은 비간부직에 대해 기본급을 여전히 호봉제로 산정하고 있다. 금융공기업은 1급(본부장), 2급(부장), 3급(팀장), 4급(대리~차장), 5급(일반직원)으로 구분되는데, 비간부직은 보통 3,4,5급을 말한다.
일부기관은 기본연봉이 연공형으로 자동 인상되는 형식적 연봉제로 운영되기도 했다. 신용보증보험·기술보증보험, 주택금융공사는 전년 기본연봉에 직급별로 정해진 금액을 일률적으로, 캠코(자산관리공사)는 직급내 일정경력 도달(5,6년차)시 일정금액을 일률적으로 적용했다.
성과보수 비중(20% 미만 5개 기관)은 낮고 최고-최하간 차등폭(2배 미만 6개 기관)도 적었다. 최고-최하 등급간 전체연봉 차등폭도 기은, 예탁원은 10% 미만에 그쳤다. 평가 역시 승진이 임박한 사람에게 성과와 무관하게 상위평가를 부여하는 등 온정적이었다.
이러다보니 2014년 말 기준 1인당 금융공공기관 보수는 8525만원으로 전공공기관(6296억원)평균 및 500인 이상 민간기업(5996억원)대비 1.4배 높다. 반면 금융업 전체의 생산성은 제조업과 같았지만, 임금은 1.4배 높았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최하위 직급(일반사원)과 기능직을 제외한 전 직원에 호봉제를 폐지,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또, 기본연봉의 최고-최저 등급간 인상률 격차도 평균 3%p 이상으로 유지하면서도 이를 다른 공공기관과 달리 차하위 직급(4급)에도 적용키로 했다.
성과연봉의 비중은 30%이상이 되고 성과연봉의 최고-최저 등급간 차등폭도 최소 2배로 했다. 전체 연봉의 최고-최저 차등도 20~30%이상으로 정했다. 집단 평가에 개별평가도 도입하고 성과와 연계된 인사제도의 운용과 전문성을 높이는 교육제도 제공도 할 방침이다.
문제는 노조다. 금융위는 ‘노·사 공동 TF’를 구성해 세부 방안 마련에 나설 계획이지만, 노조는 반발하는 모양새다. 한 국책은행 노조위원장은 "TF는 방안 발표 이전부터 했어야 했다"며 "성과주의가 좋은 거라면 금융위와 금감원, 청와대에도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성과중심 문화는 반드시 가야하고 갈 수 밖에 없는 방향이라는 것을 확신해야 한다"며 "일하지 않아도, 전문성이 없어도, 똑같은 대우를 받는 조직은 도태될 수밖에 없고 지속가능할 수 없다. 필요하다면 노조와도 직접 면담도 하겠다"고 말했다.
손병두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외부 전문기관의 컨설팅를 통해 공정한 평가시스템 확립 작업을 추진할 것"이라며 "성과주의가 초래하는 과당경쟁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핵심성과지표(KPI)에 고객만족도 내부통제 등 질적 지표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