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기락 기자] 기아자동차 올뉴 K7과 르노삼성자동차 SM6 등 고급 세단이 폭풍질주하고 있다. 이들 신차에 대한 초기 반응이 시장 예상치를 넘어서고 있어서다.
수입차 업체 공세에 따라 고급 세단을 지향한 마케팅 전략이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고급 브랜드를 선보인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EQ900(수출명 G90)가 ‘대박’을 치면서 고급 세단 바람을 몰고왔다는 분석이다.
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가 최근 출시한 올뉴 K7 총 계약대수 1만대, 르노삼성차의 SM6는 2일 사전계약 후 3일까지 총 1800대 등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들 모델의 공통된 특징은 수입차를 정조준하고 있다는 것이다. 차별화한 성능과 고급 사양을 통해 수입차 소비자를 끌어들이겠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올뉴 K7과 SM6의 올해 내수 목표 또한 각각 5만대로 똑같다.
경쟁 차종도 수입차를 지목했다. 올뉴 K7은 렉서스 ES350을, SM6는 토요타 캠리와 폭스바겐 파사트 등이다. 단적으로, 기아차는 독일차 등 디젤 수입차를 겨냥해 출시 시점부터 올뉴 K7 2.2 디젤 모델을 투입했다.
올뉴 K7은 지난달 12일 사전계약 시작 후 25일까지 7500대를 포함 총 1만대 계약대수를 돌파했다. 이는 기존 K7 대비 약 35% 이상 늘어난 규모다. 올해 올뉴 K7 내수 판매 목표의 20%에 해당되는 물량을 사전계약 3주만에 달성한 것이다.
기아차는 올뉴 K7의 주력 소비자층을 4050세대로 봤지만, 이 같은 예상치는 깨졌다. 기아차 집계 결과, 연령별 계약 비중은 30대 31.5%로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40대는 31.4%, 50대는 20.5% 순으로 나타났다.
기아차 관계자는 올뉴 K7에 대해 “수입차 대비 합리적인 가격으로 높은 사양의 옵션을 이용할 수 있고, 디자인도 수입차에 뒤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SM6는 지난 2일 사전계약 첫날 1300대 계약에 이어 3일까지 총 1800대 계약됐다. 계약 비중은 가솔린 터보 모델인 1.6 TCe가 40%로 집계됐다. 회사 관계자는 “연령별 계약 비중은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며 “터보 모델은 주행 성능을 중시하는 젊은층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고급 세단이 젊은 소비자에게 적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완성차 업체가 수입차 대비 부족한 브랜드 파워를 제품력으로 극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쌍용차도 VVIP용 체어맨W 카이저를 출시하며 고급 세단 경쟁에 다시 뛰어들었다.
특히, 제네시스 EQ900에 대한 국내외 우수한 평가는 국산차 브랜드를 격상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과거 수입차 브랜드만 보고 선택하는 일부 소비자들의 비합리적인 소비 패턴이 상당 부분 사라졌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제네시스 EQ900은 국산차와 수입차를 통틀어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이 됐다.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9일 신차발표회 기준 EQ900 계약대수 1만대를 넘기자, 올해 글로벌 판매 목표를 기존 1만5000대에서 2만대로 상향 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년 동안 국산 세단의 인기가 지금처럼 치솟은 적은 없었다”며 “지난해 말 선보인 제네시스 브랜드가 국산차 전체의 이미지를 높이고, 수입차 공세를 방어하는 직간접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