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수호 기자] 2조원에 육박하는 거액으로 카카오 인수된 로엔엔터테인먼트(이하 로엔)가 새해부터 '추천곡 제도' 논란에 휩싸였다.
음원 끼워팔기라는 부작용 탓에 업계 대부분이 추천곡 제도를 폐지했지만 업계 선두인 로엔만 현행 제도를 개선·유지하기로 하면서 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9일 음원업계에 따르면 로엔은 지난달 26일 추천곡제도 폐지 대신 개편을 통해 서비스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추천곡제도는 가수의 음원을 의도적으로 추천창에 띄우는 홍보방식을 뜻한다. 음원 사이트들이 실시간 순위차트 가장 위에 추천곡을 올려놓고, 이용자들이 이 차트 전체듣기를 통해 추천곡이 자동 재생되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이 시스템을 통해 음원의 강제적인 '끼워 팔기'가 인기 순위를 왜곡하고 있다며 추천곡 제도 폐지를 촉구해왔다. 실제 로엔을 제외하고 지난해 10월 CJ E&M 엠넷을 시작으로 벅스와 소리바다, KT뮤직 등 국내 대표 음원서비스 업체들이 추천곡 제도 폐지를 선언했다.
지난해 말에는 한국음반산업협회·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 6개 음악인 단체가 '온라인 음악 서비스사의 추천곡 제도 폐지 촉구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로엔 역시 업계의 폐지 흐름을 따라갈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사진 = 로엔> |
하지만 로엔은 반발 여론에도 서비스 폐지 대신, 추천곡 선정 기준을 빅데이터를 활용한 개인별 추천으로 바꾸고 추천곡 제도의 사용 여부도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개선안을 내놓으며 현행 시스템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는 이 같은 로엔의 대응이 음원 시장의 독점 체제 유지하고자하는 '갑질'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로엔의 추천을 받기 위해 음원 공급사들의 경쟁이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로엔이 이들을 길들이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경쟁업체 관계자는 "개인화된 시스템이라고 해도 로엔이 계약한 유통 음원 상당수가 포함돼 있다"라며 "음원시장 독점에서 더 나아가 음반을 제작하는 업체들까지 지배하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실제 로엔이 추천하는 곡 중 약 50% 수준을 로엔이 직접 유통하는 음원으로 채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문에 로엔 입장에선 확실한 마케팅 도구인 추천곡 제도를 폐지한다면 적잖은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자사가 확보한 음원을 추천곡제도라는 마케팅 시스템을 통해 쉽게 유통해왔기 때문이다.
더불어 카카오가 로엔을 인수하며 네이버의 'V앱'처럼 스타 기획사들과의 제휴 사업을 늘려야한다는 점에서 이들과의 계약 관계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선 반드시 추천곡제도를 안고가야 유리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좋은 음반 생산의 의지를 꺾는 시스템을 로엔이 만들고 있다"라며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멜론의 추천곡으로 선정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음원 유통권을 넘겨주는 경우가 존재하고 멜론이 추천곡을 무기로 '갑질'을 한다면 음악시장은 혼탁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로엔 관계자는 "업계의 우려에 깊이 공감하며 지적된 문제점을 해소함과 동시에 새로운 음악 발견의 즐거움 제공이라는 추천서비스의 순기능을 보존하기 위해 개선책을 내놓은 것"이라며 "추천서비스를 통해 음악시장 내 에코시스템 마련과 정착을 위한 자정 노력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로엔이 운영하는 '멜론'은 국내 디지털 음원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는 1위 사업자다. 2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지니(KT뮤직), 엠넷닷컴(CJ E&M), 벅스(NHN엔터테인먼트)는 모두 점유율 10%대 수준에 머물러있다.
[뉴스핌 Newspim] 이수호 기자 (lsh599868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