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최근 수년간 미국 상장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시행한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수 조 달러의 현금 자산을 축적한 기업들은 투자를 꺼리는 한편 실적 부진에 따른 주가 하락 압박을 자사주 매입을 통해 상쇄하겠다는 전략을 취했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견조한 주가 흐름은 이 같은 의도가 적중헸다는 주장에 설득력을 실어준다. 하지만 최근 조사에서 상당수의 기업이 자사주 매입으로 눈덩이 손실을 본 사실이 확인돼 주목된다.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 <출처=블룸버그통신> |
9일(현지시각) 시장조사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최근 3년 사이 S&P500 지수 편입 기업이 자사주 매입으로 총 1260억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자사주 매입에 동원한 전체 자금 가운데 15%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이후 두드러진 주가 폭락이 손실을 초래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사주 매입으로 가장 커다란 손실을 입은 기업은 IBM이다. 팩트셋에 따르면 IBM은 자사주 매입으로 인해 98억달러에 달하는 평가손실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퀄컴 역시 74억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떠안으며 뒤를 이었고,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41억달러의 평가손실을 봤다.
이와 함께 헤스와 셰브런이 각각 29억달러와 28억달러의 평가손실을 기록해 손실액 상위 5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주가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만큼 자사주를 사들인 기업들의 평가손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른바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으로 불리는 지난해 주도주가 최근 일제히 가파르게 하락, 본격적인 약세장이 펼쳐지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아마존과 넷플릭스, 여기에 테슬라 주가가 올들어 일제히 20% 이상 급락했다. 나스닥 지수의 낙폭이 14%로 블루칩 및 대형주에 비해 기술주의 약세가 두드러진다.
데이비드 켈리 JP모간 펀드 전략가는 “이른바 리스크-오프 움직임이 크게 고조됐다”며 “무엇보다 수익성에 대한 평가가 엄격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아트 호간 분더리히 증권 전략가는 “일반적으로 전반적인 주식시장이 강세장을 연출할 때 나스닥 지수가 상대적으로 강한 상승세를 보인다”며 “올들어 나스닥 지수의 낙폭이 상대적으로 큰 것은 증시 전반에 하락 압박이 강하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