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일본부터 유럽까지 전세계 곳곳의 주가 급락이 국부펀드의 투매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이 고개를 들었다.
국제 유가 폭락으로 재정난에 빠진 산유국이 국부펀드의 자산을 현금화하면서 주가 급락을 야기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최근 유럽 은행주의 폭락이 국부펀드와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연초 이후 유럽 은행주는 시가총액의 25%를 상실했다. 주가 폭락에 따른 투자자들의 손실액은 2400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08년 미국 금융위기 당시보다 극심한 투매에 해당한다.
원유 생산 현장 <출처=AP/뉴시스> |
시장 전문가들은 국부펀드의 유럽 주식 매도가 7000억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일본에서도 같은 목소리가 나왔다. 최근 가파른 주가 하락이 국부펀드의 매도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얘기다.
배럴당 30달러 아래로 떨어진 유가를 놓고 비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인 만큼 산유국의 재정 압박이 높아질 여지가 높고, 이 경우 국부펀드의 자산 현금화 역시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는 데 투자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케빈 가디너 로스차일드 웰스 매니지먼트 투자 전략가는 “노르웨이와 카타르, 사우디 아라비아까지 일부 산유국의 국부펀드에서 매물이 쏟아진 것으로 판단된다”며 “국부펀드의 주식 매도를 백퍼센트 장담할 수는 없지만 유가 폭락과 산유국의 재정 상황을 감안할 때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이른바 상품시장 슈퍼사이클 속에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에서 거래됐을 때 탄탄한 재정을 이룬 산유국들은 앞다퉈 국부펀드를 출범시켰고,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이들의 행보에 높은 긴장감을 드러냈다.
국부펀드는 선진국 중앙은행의 비전통적 통화정책과 아울러 자산 가격을 부풀리는 데 한몫 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하지만 유가가 브레이크 없는 폭락을 연출하면서 매수 세력의 한 축이었던 국부펀드가 부메랑이 된 셈이다.
실제로 세계 최대 규모의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이달 보다 공격적인 자산 운용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밝히고, 여기에 주식 매도가 포함됐다고 밝힌 바 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자산 규모는 8100억달러에 이른다.
마니쉬 싱 크로스브릿지 캐피탈 전략가는 “수년 전 국부펀드가 유럽 금융주를 대량 매입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최근 과격한 주가 하락이 국부펀드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일본 증시의 하락 압박을 놓고도 국부펀드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이들의 투매가 진정될 때 일본 주식시장이 반등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일본 최대 증권사 노무라의 나가이 코지 최고경영자는 “일본 증시가 중동 국부펀드의 매도 타깃”이라며 “이들의 매도가 진정될 때 주가가 급반등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난해 중반 기준 산유국 국부펀드가 보유한 일본 증시의 지분이 총 6%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