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성수 기자]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애버딘 자산운용이 신흥시장 혼란을 맞아 대거 환매 주문을 받고 있다. 중국 경기둔화 우려로 신흥시장 자산에 대한 매도세가 촉발된 탓이다.
특히 중동계 국부펀드에서 자금 인출이 빠르게 늘면서 국부펀드 자산이 2013년 고점에서 최근 2년새 190억달러(약 23조원)나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27일(현지시각) 애버딘 자산운용은 지난해 4분기 동안 고객 자금이 91억파운드(약 15조6000억원)가 순유출되는 등 작년 같은 기간에 순유출됐던 48억파운드에서 약 두 배로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다만 아덴자산운용 인수 등으로 총 운용자산 규모는 2906억파운드(약 501조원)으로 되레 69억파운드 증가했으며, 5억파운드 이상의 초과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가장 최근 분기인 회계연도 1분기 동안 총 고객환매 규모는 200억파운드 정도로 앞선 분기의 222억파운드에 비해 줄어들었다고 덧붙였다.
애버딘운용 고객자금 유출입 현항 <자료=애버딘자산운용> |
애버딘 자산운용은 신흥시장 및 아시아 관련 펀드에 특화돼 있어 11분기 연속 자금 순유출이 지속됐다. 이에 따라 애버딘 자산운용에서 투자자들 환매 요청이 쇄도하면서 운용자산 규모도 급감했다. 애버딘의 운용자산 중 약 25%가 신흥시장에 할애되어 있다.
이날 마틴 길버트 애버딘운용 최고경영자(CEO)는 "전체 운용자산에서 국부펀드가 10%를 차지했으나, 이제는 2.5%로 쪼그라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국부펀드는 비오는 날을 예상했는데 실제로 그런 날이 도래했다"며 "당분간 추가적으로 자금이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6720억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 4위 국부펀드인 사우디아라비아통화청(Saudi Arabian Monetary Agency)은 국내 경제 지원을 위해 지난해 외부 운용사로부터 약 70억달러의 자금을 회수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애버딘운용의 주가는 1분기에 전체 고객의 자금 유출 속도가 줄었다는 소식에 상승했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자금 유출 추세가 끝났다고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부정적인 진단을 내놓았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애버딘자산운용의 주당순익 전망치를 하향 수정했다.
톰 밀스 크레디트스위스 애널리스트는 "신흥시장 상황이 악화되면서 자금 순유출이 이전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는 아시아 시장 급락에 따른 충격과 상관없이 (순익 하향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해 신흥시장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7350억달러(약 900조원)로 2014년의 약 7배 수준이다.
연간 신흥시장 자금 순유출입 규모 <사진=IIF 트위터> |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