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성수 기자] 다음 주 중국 증시 개장을 앞두고 중국 정부의 움직임에 대한 시장 참가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춘제 연휴 기간 동안 일본·미국·유럽 등 선진국 증시가 2~7% 일제히 급락한 가운데 오는 13일 개장하는 중국 증시에도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인민은행이 또 한 차례 평가절하를 실시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경제 전반에 미칠 충격을 감안하면 그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중국 인민은행 전경 <사진=블룸버그통신> |
◆ 성장 높이려 평가절하? '자가당착'
중국 정부는 현재 성장 둔화와 외환보유액 급감이라는 이중고를 맞고 있다. 중국의 작년 경제 성장률은 6.9%로 1990년 이후 최악을 기록해 경착륙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웨인 린 큐에스(QS) 인베스터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중국이 경기 둔화를 억제하기 위해 통화 평가절하를 추진하고 있다는 게 시장 컨센서스"라며 "이 경우 중국 경제가 경착륙된다는 뜻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지난 1월 외환보유액도 작년 12월에 이어 큰 폭 급감했다. 중국의 1월 외환보유액은 3조2300억달러(약 3800조원)로, 전월 대비 995억달러(약 119조 원) 감소했다. 이로써 중국 외환보유액은 지난 2013년 5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중국은 경제 성장을 위해 통화 정책을 완화할 수 있지만, 이 경우 현재 위안화 방어를 위한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하오저우 코메르츠방크 연구원은 중국 외환보유액의 감소 정도가 "놀랄 수준"은 아니지만, 중국이 직면한 정책 과제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통화 완화 정책이 필수적"이라면서도 "위안화 유동성을 확대하는 조치라면 어떤 것이든 위안화 절하 압력을 높인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위안화 평가절하를 시도할 경우 공식 석상에서의 발언과 어긋나게 돼 시장 신뢰를 잃을 위험이 높아진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앞서 외국 학자와 금융 전문가들과 만난 자리에서 "위안화를 평가절하할 여지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관건은 좀비 기업 퇴출"
결국 중국 정부가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좀더 고통스러운 구조조정 과정을 겪어야 하며, 특히 좀비기업(자생 능력이 떨어지는 한계 기업) 퇴치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SSGA)의 조지 호겟 글로벌 투자 전략가는 "인민은행은 어떻게든 위안화 약세를 진압하기 위해 자본 유출 규제를 시도하거나 외환보유액을 방출할 것"이라며 "위안화 평가절하는 중국 경제가 투자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결과이며, 이 과정에서 중국 정부가 좀비 기업을 퇴출하는 속도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중진국의 함정(성장 동력이 부족해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지 못하는 현상)'을 벗어나려면 부채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국가 부채의 주범으로 꼽히는 국영기업을 중국 정부가 스스로 정리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지난 9년간 100%에서 250%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대출 총액의 상당액은 중국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은 부채 상환을 위해 매출을 크게 늘려야 하나 경기둔화로 이마저도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처해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올해 들어 3년 이상 적자를 내고 중국 구조개혁 방향에 부합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사업권 양도나 파산 등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좀비 국유기업을 정리하고 산업의 핵심 경쟁력을 높여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