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태희 기자] 개성공단 중단사태로 입주기업들의 줄도산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입주기업 약 70%가 도산할 수 있다"며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 중이다. 입주기업의 70% 가량이 개성공단에만 생산공장을 운영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로 사실상 폐업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12일 개성공단기업협회 및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개성공단 폐쇄로 입주기업들은 당장 회사 문을 닫아야 할 처지다. 특히 국내에 다른 생산공장 없이 개성공단에서만 제품을 만들었던 영세기업이 가장 먼저 쓰러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개성공단에 입주해 있는 신한물산의 신한용 대표는 "개성공단에서만 공장을 운영 중인 중소기업들이 많다"며 "당장 공단이 폐쇄 됐는데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보느냐"고 반문했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에 대한 논의를 하기 위한 긴급 임시이사회가 열리고 있다. /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개성공단기업협회와 입주기업 대표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로써는 입주기업들 상당수는 폐업 이외 다른 선택지는 없어 보인다.
개성공단에 입주해 있는 기업은 124개. 이중 약 70%는 개성공단에서만 공장을 가동 중이다. 국내에 다른 생산시설은 전혀 없다. 더욱이 핵심 설비 뿐만 아니라 원·부자재도 개성공단에서 빼내오지 못해 제품을 생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개성공단 입주기업도 10곳 중 6개에 불과하다. 북측의 자산 동결 결정에 운영자금 조달의 어려움까지 실타래가 복잡하게 꼬여 있는 셈이다.
당장 폐업을 걱정하게 된 입주기업들의 분노는 정부로 향하고 있다. 이 지경까지 사태를 몰고 온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군사 작전하듯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통보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한 입주기업 대표는 "지난 10일 오후 2시쯤 통일부 장관으로부터 직접 (개성공단 전면 중단) 통보를 받았다"며 "그때 면담을 했는데 장관은 전반적인 상황이 이렇다고 설명하고 곧 퇴장했다. 우리는 장관의 일방적인 얘기만 듣고 나왔을 뿐"이라고 원망했다.
입주기업을 대표하는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도 정부의 부당한 결정에 서운함을 넘어 분노했다.
정 회장은 "설 연휴 마지막날 공단 중단 소식과 1사에 차 1대를 허용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대한민국에서 중소기업을 한다는 게 얼마나 서러운 건지 깨달았다"며 "다른 것을 다 떠나서 가장 받아들일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정부의 일방적인) 통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정부로부터 무시받고 홀대 받는 게 원망스럽다"며 탄식했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